마치 장마철,손님 끊긴 해수욕장의 상인들 같은 표정이었습니다. 성하의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현장을 안내하던 건설 관계자들의 얼굴을 얘기하는 겁니다. 성실하고 묵묵해 보였지만,어딘가에 착잡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걱정과 의구심이었죠."이게 과연 제대로 결실을 맺을까"하는 것이었죠.취재팀이 찾아간 세종시 건설청,원주와 진천,나주와 전주,김천과 대구,진주와 울산의 혁신도시 건설 현장이 모두 그랬습니다.

사실 세종시와 혁신도시 문제는 언론조차 다루기를 꺼리는 분야입니다. 지방과 지역민들의 예민한 정서,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죠.오죽하면 "이거 잘못 쓰면 한국경제신문의 지방 독자들 다 떨어진다"고 은근히 충고하는 사람들까지 있었을까요.

그래도 한국경제신문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로 한 것은 어떻게 하든 파행적 결말만은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우리는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습니다. 기왕 시작한 사업이니 좋게 마무리하자고 예단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거꾸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모든 걸 백지화하자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처음에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해서 옷까지 엉터리로 입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초기 정책 입안이 잘못됐다고 해서 정책 관리와 집행 과정의 최종적인 실패를 용서받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한 취재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관련 인터뷰 요청에 청와대와 장관들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습니다. 유일하게 현직 장관 한 사람과 인터뷰를 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솔루션을 얻어내지는 못했습니다. 그 장관이 인터뷰 적임자라고 소개한 대전고 출신의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도 곤란하다는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직속 기관인 지역발전위원회의 최상철 위원장 측도 "위원장이라는 직분상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다들 왜 그럴까요?

대부분의 공기업은 아예 기자들의 방문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알려왔습니다. 물론 전화로도 몇 가지 푸념을 빼고는 별 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정치권은 좀 달랐습니다.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김종률 민주당 의원,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각자의 소신과 자당의 입장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을 패키지로 디자인한 성경륭 한림대 교수와도 오랜시간 얘기를 나눴습니다. 여전하시더군요.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정진택 고려대 대외협력처장,익명을 요구한 두 명의 공기업 사장 등도 만났습니다.

본사 이전으로 세종시를 단박에 자족도시로 만들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삼성과 LG 측으로부터는 기업의 시각을 들여다봤습니다. 줄잡아 100여명은 만났을 겁니다.

이 밖에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부의 고위 공직자들과 대전 청사,과천시,아산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의견도 청취했습니다. 과천시와 아산시를 취재한 이유는 곧 아시게 될 겁니다.

독자 여러분.거듭 말씀드리지만 취재팀은 어떤 일도양단식 결론을 드리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 용기를 내서 이 문제의 환부를 드러내는 일이야말로 향후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건전한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합니다. 모쪼록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조일훈 산업부 차장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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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명단>

백창현(대전 주재) 기자 chbaik@hankyung.com

장규호(건설부동산부) 기자 danielc@hankyung.com

김형호(정치부) 기자 chsan@hankyung.com

오상헌(과학벤처중기부) 기자 ohyeah@hankyung.com

조진형(증권부) 기자 u2@hankyung.com

박동휘(산업부) 기자 bada@hankyung.com

이상은(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

박신영(경제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