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타결 막바지에 관세환급, 원산지 규정 등을 놓고 지루한 '기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통상정책 최고 책임자가 한-EU FTA 협상에 긍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캐서린 애슈턴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30일 런던에서 열린 영국은행인협회(BBA) 연례 회의에 참석해 "EU가 그동안 역외국가와 협상했던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가운데 가장 '야심 찬' 한국과의 FTA를 마무리 짓기 위한 협상이 매우 많이 진전됐다(very far progressed)"고 밝혔다.

그동안 애슈턴 집행위원이 한-EU FTA 협상과 관련, 공식적인 자리에서 가급적 언급을 피하고 설령 언급을 하더라도 원론적 수준에 그쳤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날 연설은 고무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지난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있었던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애슈턴 집행위원 사이의 양자 통상장관 회담에서 핵심쟁점에 대해 어느 정도 '접점'이 찾아진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실제 EU의 한 소식통은 양자 통상회담에 앞서 "(가장 첨예한) 관세환급과 관련해서도 해법이 '떠오르고(emerging)' 있다"라고 말해 이러한 추측에 개연성을 보탰다.

브뤼셀 외교가 주변에서는 파리 통상장관 회담에서 논의된 사항을 양측이 내부적으로 최종 검토, 7월 중순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유럽 순방기간에 타결선언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이라는 '모멘텀'을 놓치면 EU 쪽에서 집행위원단 교체, 9월 독일 총선거 등 정치 일정이 이어져 자칫 협상 타결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이러한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EU의 한 소식통은 "협상은 마지막에 서명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내달 중순 최종타결론 역시 추측에 불과하다"라고 경계해 낙관도 비관도 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브뤼셀연합뉴스) 김영묵 특파원 econ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