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연석회의'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외면했고 여야 정치권은 다시 멱살잡이의 '전쟁터'로 되돌아갔다. 국회가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를 매듭짓지 못하고 파국을 맞은 것은 사회적 갈등의 최종 귀착점이 돼 문제를 풀어야 할 국회가 '표 논리'에 매몰되거나(여당),'정규직 노조 눈치보기(야당)'에 급급하면서 기능 정지 상태에 빠진 결과다. 상임위에서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문제를 풀지 못하고 양대 노총을 끼워넣었을 때부터 파국은 이미 예고됐는지도 모른다.

조원진 환노위 한나라당 간사는 30일 "1년이 지나도록 법안소위 구성도 안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비정규직법 문제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느냐"고 했다. 끝내 노조의 동의를 받아오지 않으면 상정을 할 수 없다고 버티는 추미애 환노위원장을 겨낭한 발언이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노동계와의 5인 연석회의를 제안한 것도 조 의원이다. 스스로 쳐놓은 덫에 걸린 셈이다.

'표 떨어진다'며 결단을 내리지 못하던 한나라당은 결국 "지난 9번의 연석회의 동안 한나라당이 4차례 양보했으므로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그게 국민들에게 먹힐 리 없다. 결국 무한 책임은 집권당이 져야 한다.

민주당도 대안 없이 반대만 일삼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정규직법 합의안이 좌절된 데는 민주당이 지나치게 노동계 눈치를 살핀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여야 3당이 연간 1조원 규모의 전환지원금에는 합의했음에도 유예기간을 두고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은 양대 노총이 '유예안'을 받지 못하겠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대부분 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돼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전체 근로자를 끌어안아야 할 민주당이 정규직 노동자 위주의 양대 노총과 어정쩡하게 발을 맞추다가 정작 자신들이 협상과정에서 어렵사리 확보한 1조원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도 허공에 날리게 될 위기에 처했다.

환노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1년 이상의 유예안을 받아들일 경우 민주당이 전환지원금을 아무리 많이 확보해도 정부 여당의 유예안을 받아들인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실리'는 양대 노총이 챙기고 책임은 민주당에 돌아오는 최악의 수를 뒀다는 지적이 더 많다.

한편 정치권은 또다시 하는 일 없이 시간과 예산만 축냈다는 비난에도 직면하게 됐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차츰 높아지고 있다.

차기현/김형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