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지 30일로 2주년을 맞았지만, 양국 의회의 벽에 부딪혀 발효 시기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통해 한.미 FTA가 양국의 경제·무역·투자 관계를 계속 심화시켜나갈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FTA 진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한.미 FTA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고 FTA를 진전시키기 위한 실무협의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양 정상이 이 같이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점에서 향후 양국 의회에 대한 설득 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작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양국 정부의 굳은 의지 표명에도 현재 양국의 정치 상황에 비춰보면 연내 통과는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미 FTA는 2007년 4월 타결된 이후 양국 의회의 벽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측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올 4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고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보호주의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한.미 FTA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GM, 크라이슬러 파산 등 미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은 정치적으로 한.미 FTA 논의를 어렵게 하는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고 민주당이 미 의회의 다수당이 되면서부터는 한.미 FTA 재협상 논란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미 민주당 인사들은 그동안 한.미 FTA가 자동차를 비롯한 공산품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제기해 왔다.

또 미 의회는 건강보험개혁안 등 미국 내 경제 현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 의회의 산적한 현안으로 상대적으로 쟁점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던 미.파나마 FTA 비준안의 미 의회 상정마저 보류된 상태라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우선 실질적인 이슈를 해결하게 되면, 의회에 언제 (FTA 비준동의안을) 제출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정치적인 타이밍'과 관련한 문제가 남게 될 것"이라면서 "일의 선후가 바뀌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미 FTA 쟁점 해소 이전에는 의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는 시기를 설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FTA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으려면 한.미 FTA의 조기 비준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미국 측에 한.미 FTA가 양국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 설득하고 우리도 국내 비준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등 11개 국책연구기관은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와 관련, 향후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 6.0% 증가하고 자본축적·생산성 향상을 통해 34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4억6천만 달러 증가하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도 연평균 23억~32억 달러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