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중소기업과 손잡고 제4의 이동통신인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활성화에 나선다. 인터넷TV(IPTV)와 콘텐츠 사업 등에 대한 문호도 활짝 연다. 최저가 입찰제를 없애는 등 구매제도도 혁신한다. 협력업체 대금을 100% 현금으로 결제하고,100만개 중소상공인에게 무료 홈페이지도 구축해주기로 했다.

KT는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벤처기업협회,콘텐츠 제공업체,협력 및 유지보수업체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IT산업 고도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상생방안'을 발표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그동안 협력업체 다니면서 절대 비즈니스를 함께 하지 말아야 할 기업의 전형이 KT라는 얘기를 들었다. 심각하게 반성한다"며 "KT의 과거 기업문화를 확실하게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모델 전면 개방

KT 상생협력의 큰 원칙은 '개방'이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는 KT가 비즈니스 모델을 정하고 우리 입맛대로 사업자를 골랐다면 앞으로는 완전히 '오픈 시스템'으로 간다"고 선언했다. 핵심 자산인 유 · 무선 통신망과 와이브로,IPTV 플랫폼 등을 협력사에 전면 개방하겠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MVNO다. MVNO는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가 이동통신사로부터 주파수 기지국 등을 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KT는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협력사에 설비를 빌려주고 비즈니스 모델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조인트 벤처(합작법인)도 설립하기로 했다.

김우식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포화상태인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음성 중심의 MVNO는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음성보다는 데이터,개인보다는 기업용 시장부터 먼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T는 금융 · 물류 등 기업용 솔루션과 보안 · 검침 등 기기간(M2M) 통신,교육 게임 등 콘텐츠업체,내비게이션 PMP 등 기기제조업체 등을 대상으로 MVNO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IPTV도 단계적으로 개방형으로 전환한다. TV와 PC,휴대폰,인터넷전화를 연동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4스크린'서비스 인프라도 개방한다. 이를 통해 협력사들이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를 직접 유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콘텐츠와 응용프로그램을 직접 판매하는 애플 '앱스토어'형태의 오픈마켓 사업도 곧 선보인다.

◆파트너 친화적으로 구매제도 혁신

KT는 이번에 구매제도도 확 바꿨다. 최저가 입찰제도를 폐지하고 '일물복수가'제도를 마련한 것.일물복수가는 과도한 경쟁이 발생한 경우 최저가 외에 차순위 가격도 인정하는 제도다. 최저가 입찰자에게는 물량을 조금 더 많이 배정하되 타 협력사에는 차순위 가격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KT는 기술력이 있고 혁신적인 협력사에는 일정 기간 납품권을 인정하는 개발전략구매제도(DSP)도 도입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보완이나 기술 · 교육 지원,하드웨어 수리 같은 상시적 유지보수 비용은 일정 요율을 적용해 정산할 방침이다.

비용 정산은 환율이나 물가 등 원가 변동요인을 반영하고 글로벌 기업에 공급한 제품은 벤치마크테스트(BMT)도 면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원가 품질 등 성과 목표를 달성한 협력사에는 연 20%(1년)에서 연 30%(2년)로 계약 물량을 우대한다.

◆소통 강화로 상생문화 정착

중소 협력사에 대한 직접 지원도 강화한다. 먼저 금융자회사인 KT캐피탈을 통해 2000억원을 시중 은행보다 나은 조건에 빌려줄 계획이다.

또 100% 현금 결제하는 중소기업 대상을 옛 KTF 협력사까지 확대한다. 중소상공인이 온라인에서 손쉽게 홍보 · 판촉에 나설 수 있도록 100만개의 무료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20인 이하 소호(SOHO) 사업자들을 위한 유무선 결합상품도 출시하기로 했다. 또 '벤처 어워드'를 통해 중소 벤처기업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 기존 KT-NTT 벤처 포럼을 아시아 벤처 포럼으로 확대 ·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KT는 이 같은 상생방안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면 2012년까지 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오고 1조4000억원의 부가가치와 1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