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이 대리가 여름휴가만큼 기다리는 것도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경기다.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여름휴가 예산이 넉넉지 않다. 그러다보니 해외보다는 국내에서,가족과 오붓하게 지내겠다는 직장인이 많다.

시장조사업체인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직장인 5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들의 올 여름휴가 기간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줄었지만 휴가 예산은 작년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78.5%는 올 여름휴가 기간이 작년과 같다고 응답했다. 작년보다 줄었다는 직장인은 14.5%,늘었다는 사람은 7.1%를 각각 기록했다.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긴 하지만 여름휴가를 작년과 비슷하게 갈 예정인 직장인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여름휴가 기간으로는 4~5일을 예정하고 있다는 응답이 40.3%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1~3일'이 34.5%였다. '6~7일'을 꼽은 사람도 12.4%에 달해 직장인 대부분은 1주일 이하의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가 계획이 아예 없다는 사람은 2.7%에 그쳤다.

이번 여름휴가 기간 중 휴가 비용을 작년보다 줄이겠다는 직장인은 36.3%에 달했다. '그대로다'는 사람과 '늘리겠다'는 사람은 각각 46.5%와 17.2%를 차지했다. 불경기를 반영해 휴가 비용을 줄인 사람이 상당하다는 의미다. 여름휴가 비용으로는 10만~30만원을 꼽은 사람이 38.3%로 가장 많았다. 30만~50만원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31.3%를 기록했다. 10만원 이하의 초절약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도 8.3%를 차지했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여름휴가 비용으로 50만원 이하를 계획하고 있는 셈이다. 100만원이 넘는 돈을 휴가비로 쓰겠다는 직장인은 7.7%에 그쳤다.

절약모드에 걸맞게 염두에 두고 있는 여름휴가지도 국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인 사람은 전체의 8.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국내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었다. 국내에서 여행할 계획인 사람이 61.1%로 가장 많았다. 집에 콕 틀어박혀 지내겠다는 직장인도 15.9%나 됐다.

여름휴가 때 꼭 하고 싶은 일로는 '여행하기'가 28.9%로 가장 많았다. 가족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사람도 21.8%를 차지했다. 잠을 실컷 자고 싶다는 사람도 13.7%를 기록했다. 밀린 회사 일을 처리하겠다는 사람은 0.2%에 불과해 직장인들은 휴가는 휴가처럼 보내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