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28일 오후 전격적으로 대우건설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직후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긴급 회의를 소집,향후 대우건설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금호가 발표 직전에 이 같은 결정을 통보했고 구체적인 계획은 알려 오지 않았다"며 "조만간 금호 측과 만나 대우건설 재매각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금호 측이 제시한 대우건설 매각 방안은 △투자자 보유 지분 39%+경영권 △지분 50%+1주 △투자자 보유 지분 39%+그룹 보유 지분 33%를 합한 72% 전량 매각 등 세 가지다. 금호 측은 "구체적인 매각 일정과 방법은 주 채권은행 및 자문사와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며 "공개 매각을 우선으로 하되 산은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는 대기업이나 단일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인수 · 합병(M&A) 시장 자체가 소멸 상태인 데다 건설경기 침체로 대우건설이라는 대형 매물을 인수할 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업계 분위기다.

2006년 초 대우건설 매각전이 치열하게 벌어졌을 당시에는 금호 외에도 한화,두산,유진그룹과 프라임산업 등 10개 컨소시엄이 뛰어들었지만 이들 기업이 재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토목,플랜트,건축,주택 등에서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경우 LG,포스코,롯데,효성 등이 기업 의사와는 무관하게 인수 능력이 있는 그룹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여건과 시장 상황이 나빠 이들이 나설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시장 매각보다는 산은 주도의 PEF를 통한 인수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유력하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일 금호와 산은이 체결한 재무구조개선 약정에는 '대우건설의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FI) 유치가 불발될 경우 시장 매각 또는 산은 사모펀드에 매각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고 산은도 일찌감치 금호 측에 PEF를 조성해 대우건설을 인수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산은 고위 관계자도 "시장 매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며 "결국 산은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지난 5월 대우건설 해법으로 "산은이 시가에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해 금호그룹에서 완전 계열분리시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해 왔다. 경기 회복 후 시장 가치가 상승할 경우 금호에 일정 수익을 배분하고 원할 경우 대우건설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 청구권도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인수 가격이다. 금호가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를 해결하고 추가적인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위해서는 최대한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금호는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면서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2450원을 밑돌 경우 이들이 산 지분 39.6%를 이 가격에 되사주기로 했다. 지난 26일 대우건설 주가(1만2850원)를 기준으로 할 경우 약 4조원이 필요하다.

게다가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는 파는 지분을 최소화해야 하지만 이 경우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의 해결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 지분+금호 지분을 합한 72%의 전량 매각'이나 '투자자 보유 지분 39%+경영권'보다는 '지분 50%+1주' 매각 방식이 대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어느 쪽이든 주당 2만6262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로서는 매각에 따른 손실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산은과 협의해 그룹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