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을 위해 과잉 유동성에도 불구 수수방관하던 금융 당국이 최근 급증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사실상 은행별 대출 총액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들은 이미 대출 축소 계획 마련에 착수, 하반기에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28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들로부터 하반기 월별 주택담보대출 계획을 제출받아 분석중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월별 대출계획을 검토하는 것은 대출 목표치가 높은 은행에 대해 창구지도 등의 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며 "월별 점검은 사실상 '대출 총량 규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일정 금액 이상의 본점 승인이나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의 축소 등 대출 심사 기준을 강화해 줄 것도 은행들에게 요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관리에 나서게 된 것은 경기 회복속도가 지연되거나 또 한 번 침체에 빠지면 가계 부실이 심화되고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시중은행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와관련 금감원은 주택담보대출 목표를 올해 상반기나 예년에 비해 높게 잡은 은행에 대해서는 대출 위험 관리 차원에서 축소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월평균 3조원씩 늘어 주택경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6년의 월평균 2조2000억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 수요가 증가한 때문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이 이같이 주택담보대출 한도관리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농협은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최대 1조5000억원(월평균 2500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최근 농협의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에 약 5000억원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농협은 대출 총량을 제한하고 주택담보대출 취급 실적은 영업점 평가 점수에 아예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상반기에 주택담보대출을 1조9000억원으로 늘린 신한은행은 하반기 목표를 1조6000억원으로 잡았으며, 하나은행은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상반기와 비슷한 6000억~7000억원 수준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이 같은 조치에 따라 하반기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상반기 추정액 18조원을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부동산가격에 상관없이 대출이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채무상환 능력을 반영해 대출금액을 결정하는, 이른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비투기지역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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