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며느리 요양사'..89세 요양사도
복지부 대책 고심..수혜자 확대 필요

= 노인장기요양보험(이하 요양보험) 도입은 공동체가 함께 봉양의 부담을 나누어졌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여러 문제점도 노출하고 있다.

제도 시행 10개월도 안돼 45만명이 넘는 요양보호사 과잉 배출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또 여전히 대상자가 좁아 많은 노인들이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도 시급하게 개선해야할 점으로 꼽힌다.

◇ 시어머니 모시면서 요양보호사? = 요양보호사가 급증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며느리 요양보호사', '딸 요양보호사'가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다.

자기 부모를 모시는데도 요양보호사를 따는 며느리, 딸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는 봉양만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자격을 따는 것이 훨씬 금전적 이득이 많도록 제도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재가서비스 제공기관이 없는 농어촌 지역에 사는 가족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직접 돌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만원을 받는다.

반면 가족 중 1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고 직접 봉양하면 월 30만-40만원을 재가서비스 제공기관으로부터 받게 된다.

더욱이 요양보호사와 재가서비스센터가 합의해 이웃 가정의 어르신을 돌보는 것처럼 요양급여를 청구하면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가족을 돌보는 경우 요양보호사가 받을 수 있는 급여가 제한되기 때문.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부모를 돌보는 이웃이나 친구끼리 요양보호사 자격을 딴 후 다른 가정의 부모를 돌보는 것처럼 '입을 맞추고' 5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아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즉 자기 부모를 봉양하면서도 재가 서비스 기관의 종사자로서 수급자를 돌보고 급여를 받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모(55, 경남 진주)씨는 "요즘 주변에 시부모 모시는 전업주부라면 너도나도 요양보호사 따고 있다"고 말했다.

◇ 저질 요양보호사..복지부 대책 고심 =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최저 13세와 최고 89세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 요양보호사 또는 비슷한 형태의 '서류상 요양보호사'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서류상 요양보호사는 양성교육에 큰 관심이 없고 자격증을 '산다는' 생각으로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잘못된 제도가 저질 요양보호사를 과다 배출하고 양성기관만 배 불리고 있다는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가족부와 건보공단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공론화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정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인 데다 일일이 방문해서 사실 확인을 하기 전에는 적발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시설요양보다는 재가요양을 장려한다는 차원에서 이런 '편법'을 나쁘게만 볼 것이냐는 시각도 있다.

노인요양 선진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은 돌보는 가족에 많은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재가요양을 유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며느리 요양보호사' 실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해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직접 봉양하는 가족에 대한 보상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노인 5%만 혜택 = 요양보험의 대상자 선정이 지나치게 깐깐하다는 것은 제도 도입 때부터 지적된 내용이다.

적용 대상은 5월말 현재 25만9천명으로 노인인구의 5.1% 수준에 불과하다.

시범사업 결과 65세 이상의 7.2%가 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왔다.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의 약 3분의 1은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현행 3등급을 4등급으로 확대해 대상자를 37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령화 진행에 따라 서비스 수요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공립 시설 비중이 낮아 중장기적으로 서비스의 제고와 비용통제에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국내 공공 노인요양시설 비율은 4%에 불과하다.

일본의 10.2%나 독일의 10%에 비해 절반 수준도 안된다.

국공립시설이 지나치게 부족하면 민간기관이 집단적으로 비용 인상을 요구하거나 저질 서비스를 제공해도 통제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공공시설이 늘어나야겠지만 우선 건보공단이 직영하는 요양시설을 만들어서 서비스 표준화나 비용 산정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려고 한다"며 "현재 공단 직영 요양시설 설립 근거 마련을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