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평가속에 '성공' 自負하기는 일러
50만 요양사 시대..서비스질 확보가 관건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다음달 1일로 시행 1년을 맞으면서 대체로 노인 복지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운영 과정에서 적잖은 문제점도 드러나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지 않고는 노인 복지에 기여하고 노인봉양 부담을 사회가 함께 진다는 서비스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요양서비스가 민간시장에 맡겨지며 '공공성'이 '돈벌이'에 밀렸다는 지적도 만만찮고 과잉 배출된 50만명에 가까운 요양보호사의 자질도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 서비스 업그레이드 급선무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전국의 장기요양기관은 1만5천760곳으로 이중 요양시설은 2천16개, 재가시설은 1만3천15곳으로 서비스 도입 당시보다 각각 2배 가량 늘었다.

서비스 신청자와 수혜대상인 등급 인정자도 크게 늘었다.

서비스 신청자는 지난해 7월의 27만1천298명에서 1년새 47만2천647명으로 늘어났고 이 기간에 등급 인정자도 14만6천643명에서 25만9천456명으로 거의 배로 증가했다.

시행 1년을 맞은 장기요양서비스가 이용 대상자로부터 나름대로 호응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장기요양보험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머물던 노인 복지서비스의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는 점도 성과로 꼽힐 만하다.

서비스 대상자 중 올해 4월1일∼5월31일 서비스 갱신을 신청해 건강등급 재판정을 받은 5만4천786명 중 1만1명(23.7%)이 신체와 인지기능이 향상됐으며 다른 3만6천77명(65.9%)은 건강상태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은 이와 관련한 최근 자료에서 "적절한 요양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노인들이 제도 시행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면서 신체 및 인지기능이 호전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등급인정을 받은 노인 25만9천여명 중 실제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19만4천여명(75.8%)에 그쳐 지난 1년을 성공적이라고 자부하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상이 되더라도 본인 부담금(비급여 요양비) 때문에 이용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고 시설을 무료로 이용했던 빈곤층 가운데 일부는 등급을 받지 못해 오히려 시설 밖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경우도 있다.

서비스의 지역별 수급이 맞지 않는 것도 문제다.

연구발표문에 따르면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전국 7개 대도시의 장기요양서비스 충족률은 87.2%에 그치고 있으며 서울의 경우 충족률이 53.9%에 불과했다.

반면 일부 지역은 요양시설이 너무 많아 과당경쟁이 초래되고 있으며 충북 어느 지역은 '군인구의 2%가 요양보호사'라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 시설은 난립..서비스는 곤두박질
요양서비스가 민간주도이다 보니 자치단체가 직접 설립한 공공요양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공공요양시설은 5월 말 기준으로 78개(3.9%)에 그쳐 이 시설로는 전체 서비스 대상자의 7.3% 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서비스 대상 노인 대부분이 민간시설을 찾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요양비가 등급마다 달라 민간요양소에서는 '돈되는 노인'만을 골라 받고 '돈이 되지 않는 노인'을 내보내는 일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

또 민간요양시설이 난립하면서 다른 시설에서 환자를 모셔오는 이른바 '환자 땡기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기도 하다.

최경숙 보건복지자원연구원 상임이사는 "많은 요양기관들이 환자 유치를 위해 본인부담금을 없애주거나 상품을 주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며 "신문사들이 독자 유치를 위해 선풍기나 자전거를 나눠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면 민간요양시설이 비용절감을 위해 요양보호사를 줄이다보니 요양보호사 한명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노인을 돌봐야하는 일도 예사다.

민간요양시설 요양보호사 A씨는 "인력이 부족하다.

낮에는 혼자 중환자 여섯분을 돌보는데 모두에게 손이 갈 수가 없다"며 "규정은 요양보호사 한명이 노인 2.5명을 맡는 것인데 실제로는 10명을 보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또 실제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고 수가를 신청하거나, 무자격자나 요양보호사 가족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요양보호사의 이름을 빌려 수가를 신청하는 편법 운영사례도 적지 않다.

최 이사는 "서로가 환자를 뺏고 뺏는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편법을 동원하는 기관이 살아남는 형태로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요양사 50만시대..전문성.식견이 관건

장기요양보험의 안착을 위해서는 내실있는 서비스 확대와 요양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이 선행돼야 하지만 요양보호사의 수급 조절도 숙제다.

공단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전국 요양보호사는 49만56명에 달하지만 실제 장기요양기관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는 12만4천167명으로 25%에 불과하다.

현재 요양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인원보다 무려 4배나 많은 요양보호사가 배출된 상태다.

이렇게 된데는 누구나 일정시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별도의 시험없이 자격증을 딸 수 있는데다 교육기관도 신고제로 운영되는 제도 탓이 크다.

요양보호사 양성시스템이 양적 공급에만 지나치게 치우치다보니 전문적인 식견과 복지 마인드를 제대로 갖춘 요양사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요양사교육기관연합회 이무승 전 회장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노인장기요양보험 관련 토론회에서 "교육기관 설립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나 지정제로 바꾸고, 교육기관수도 지역별로 사람수에 비례해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에 제한이 없다보니 초등학교 5학년이나 83세 노인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례도 있다"며 "학력이나 연령 등 기본자격 제한이나 시험제도가 없으니 서비스질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과잉배출은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연결된다.

요양보호사들이 시장에 넘쳐나기 때문에 요양시설에서 임금삭감이나 부당행위를 강요하더라도 그만두는 것 말고는 선택할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공공서비스노조 현정희 의료연대분과장도 토론회에서 "민간요양시설이 본인부담금 대신 내주려 요양보호사의 임금을 삭감하고 이들에게 노인유치를 강요하고 있다"며 요양보호사의 어려운 근무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12시간 또는 24시간 교대근무 ▲집안의 잡일 등 부당노동행위 ▲일부 시설의 근로기준법 미적용 등을 개선점으로 꼽으며 "결국 이런 상황은 요양대상자에게 가야할 서비스가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