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배터리 시장 "놓칠 수 없다" 절박감
韓ㆍ美ㆍ日 주도권 다툼 치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IBM이 자동차 전지사업에 뛰어들었다. 전기자동차용 최첨단 배터리가 대상이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힘입어 전기차 전지가 앞으로 막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친환경 자동차용 전지 시장을 둘러싼 한국 일본 미국 업체 간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IBM은 지난 23일 전기차용 전지 시장 참여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IBM이 상품화할 예정인 전지는 한 번 충전으로 300~500마일(482~804㎞)을 달릴 수 있는 리튬-산소 전지다. IBM은 현행 리튬이온 전지보다 10배 더 오래가고,안전성도 강화된 리튬-산소 전지 개발을 위해 학계와 기업 연구기관을 모아 회의를 열 예정이다.

IT 분야에 집중해왔던 IBM이 차량용 전지 시장에 뛰어든 것은 친환경 자동차 시장의 무한한 성장성을 놓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도이체방크 등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 시장 규모는 올해 1억5000만달러에서 2020년 326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친환경차 전지 시장 규모는 올해 1조원에서 2015년 10조원으로 급증(LG화학 추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 자동차용 전지 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한국 기업이 뒤쫓고 있다.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업체는 도요타와 파나소닉의 합작사인 PEVE다. PEVE는 이미 1997년 니켈수소 전지를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에 장착하며 전지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다.

1996년부터 리튬이온 전지 개발을 시작한 닛산과 NEC의 합작사인 AESC는 내년에 상용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산요도 혼다와 공동으로 2012년 하이브리드카에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LG화학은 올 7월부터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카에 리튬이온 전지를 공급할 예정이며,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에도 전지 공급 계약을 따냈다. 삼성SDI도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와 합작으로 SB리모티브를 설립해 내년부터는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미국은 정부 주도로 첨단 전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가 지난달 친환경차 전지 개발사업 신청자를 접수한 결과 GM 다우케미컬 존슨컨트롤 A123시스템 등 총 165개사가 서류를 냈다. 미 정부는 이 사업에 24억달러를 지원할 방침이다.

친환경차는 하이브리드카에서 이보다 한 단계 개선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그리고 전기차 등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친환경차의 성능 개선을 위해선 현재보다 효율이 높은 고출력 대용량 전지 개발이 필수적으로,니켈수소 전지에서 리튬이온 전지로 옮아가고 있는 단계다. 현재 하이브리드카용 전지의 95%를 차지하는 니켈수소 전지에 비해 리튬이온 전지는 무게와 부피는 절반 수준이면서 출력은 50% 이상 높아 친환경차를 보다 가볍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