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독일 수도 베를린 근교 브란덴부르크주의 소도시 달레비츠.세계 2위 항공기 엔진업체인 롤스로이스의 독일 법인이 있는 이곳에 도착하자 거대한 굴뚝 모양의 테스트센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장 내부에선 엔지니어들이 '보잉 717' 등에 장착되는 엔진인 'BR715' 조립에 열중하고 있었다.

달레비츠 공장은 영국 등의 공장에서 수입한 부품을 조립하고 완성된 엔진이 이상 없이 완벽하게 작동하는지를 시험한다. 거대한 테스트룸에 들어서자 조립이 끝난 최신 엔진 'BR725'가 시험을 기다리며 공중에 걸려 있다. 최고 품질의 항공기 엔진을 만들기 위해 영국과 독일의 기술력을 하나로 합친 현장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파고를 롤스로이스 독일은 비용절감과 연구개발(R&D) 재투자로 극복하고 있다. 독일 법인이 생산한 항공기 엔진은 세계 항공업계가 활황이었던 2007년 442대로 2003년보다 4배 이상 늘었으며 불황이 몰아닥친 지난해에도 478대에 달했다.

롤스로이스 독일은 이 같은 위기를 유연한 임금체계 도입으로 노동비를 줄이고 생산공정 집중화를 통해 제조비를 절감하는 방안으로 극복하고 있었다. 롤프 뉴만 독일 법인장은 "개발에서 공급,생산,애프터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센터 안에 모으는 집중화 전략을 통해 생산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 해 매출의 약 10%를 R&D에 투자하며 차세대 엔진을 개발하는 것도 생존전략의 하나다. 뉴만 법인장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소음을 줄인 엔진 개발이 항공기 엔진업체의 과제"라며 "2020년에는 바이오 연료 사용 엔진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롤스로이스는 R&D에 강한 독일에 공장을 세워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로 대표되는 뛰어난 기술력과 숙련된 노동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15억유로(21억달러)가 투자된 롤스로이스 독일은 지난해 총 478대의 엔진을 생산,11억3700만유로(15억86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직 · 간접 1500명을 고용하고 있는 달레비츠 공장은 브란덴부르크주의 수출 중 20%를 차지하며 지역경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미 제너럴일렉트릭(GE)에 이어 민간 및 군용 항공기 엔진 분야 세계 2위다. 지난해 매출 91억파운드(149억달러)에 순익 17억7100만파운드(29억2134만달러)의 실적을 냈다. R&D에 투자한 자금은 8억파운드(13억달러)에 달한다. R&D 투자 비중 60%가 본사가 있는 영국 이외 지역 법인에서 쓰였을 정도로 세계 각지의 최고 수준 인력을 이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에 법인을 세운 것도 드레스덴공대와 프라운호퍼 등 세계적 수준의 대학과 연구소에서 배출된 고급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달레비츠(독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