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휘 행장 "단기성과 집착 버려야 우리은행 강해져"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24일 "우리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려면 우리금융지주의 유상증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주회사가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는 26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이 행장은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경기가 다시 하강할 것에 대비해 자본을 추가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후순위채권이나 하이브리드채권 등 고금리 채권으로 자본을 확충하면 수익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본자본(Tier1),특히 유형자기자본(TCE)을 확충하기 위해 보통주를 발행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이어 "대주주인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추가로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가 현실적으로 더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부인공시를 했다. 부인공시를 할 경우 공정공시 규정에 따라 한 달간 증자에 나설 수 없다. 이 기간을 거친 뒤 유상증자에 필요한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해 올해 말께는 증자를 성사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도 내부적으로 증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10년 만에 우리은행 내부 출신으로 행장이 됐지만 취임 두 달 만에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 1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우리은행으로선 외부인사가 아닌,은행을 속속들이 아는 내부 출신이 행장으로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게 은행 안팎의 평가다. 재무 기획전략뿐만 아니라 기업금융이나 여신 등을 두루 경험한 이 행장이 꼼꼼하게 관리한 덕에 외부의 우려와 달리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45개 대기업 주채무계열 중 17개 그룹의 주채권은행이 우리은행인데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은 그룹이 하나도 없다는 게 이 행장의 관리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의 과제는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딛고 얼마나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하는 것이다. 지난 1분기에는 1760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현대종합상사 등 보유주식 처분에 따른 특별이익이 반영됐다. 이 행장은 "올해 상반기는 대단히 어렵다"며 "하지만 순이자마진이 바닥을 쳤고 연체비율도 꼭짓점을 찍은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는 수익성이나 건전성 모두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행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성과 위주의 영업관행을 '정도경영'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목표 달성에 급급해 영업을 하다 보니 고객의 이익 뿐만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도 지켜내지 못했다"며 "현재 은행발전 태스크포스(TFT)를 꾸려 새로운 영업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경영성과평가(KPI) 항목을 줄이고 본부에서 지점에 성과 목표를 배정하는 방식에서도 탈피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 행장은 양도성예금증서(CD) 중심의 대출금리 체계 변경 논의에 대해 "시장이 요구하는 쪽으로 금리체계가 흘러갈 수밖에 없다"며 "당장 체계를 바꿀 경우 고객들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체계 변경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창재/김인식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