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 이후를 겨냥한 출구전략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제한의 자금을 연 1%에 빌려주는 '돈 폭탄'을 시장에 추가로 투하했다. 지난 5월 발표한 600억유로 규모 커버드본드 매입 계획에 이은 두 번째 양적완화 정책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ECB는 23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금융권에 1년 만기 단기대출을 연 1% 금리로 공급하는 양적완화 계획을 내놓았다. 에릭 닐슨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약 5000억유로의 사상 최대 규모 스텔스급 양적완화 조치가 될 것"이라며 "내가 은행이라면 갖은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ECB의 마지막 양적완화를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CB의 이번 유동성 공급 규모가 2007년 12월의 3586억유로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중앙은행의 시중 유동성 직접공급(양적완화) 조치는 경기가 아직까진 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않아 시중자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펼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22일 "경기침체가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계태세를 늦출 수는 없다"며 양적완화 조치를 철회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ECB가 다음 달부터 600억유로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총 365억유로의 커버드본드가 발행되는 등 관련 시장도 되살아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주일 평균 60억유로의 커버드본드가 발행돼 올 평균 주간 발행 물량의 3배를 웃돌았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의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돼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효과가 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4일 미국 경제가 아직도 취약한 만큼 제로금리 정책과 채권 매입 등 양적완화 방침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