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성과주의로 건전성 희생 영업관행 문제"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24일 "하반기부터 은행 영업 관행을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행장은 오는 26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우리은행 본점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뿌리 뽑아야 할 영업 관행으로 단기 성과주의와 함께 수익성 및 건전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벌이는 은행간 무한 경쟁을 꼽았다.

이 행장은 "그동안 은행들이 고객의 편에 서서 영업하기보다 목표 달성에 급급했다"며 "다소 무리가 있는 상품을 팔아 신뢰를 잃어버리기도 했다"고 자성했다.

그는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결국 `정도(正道) 영업'만이 정답"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은행부터 정도를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먼저 지점의 자율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점의 경영성과평가(KPI) 항목을 대폭 줄이는 한편 성과 목표도 지금처럼 본부에서 지점에 일방적으로 할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점이 스스로 정해 달성하는 방안을 함께 도입키로 했다.

펀드 상품의 경우 많이 팔기보다는 고객에게 많은 수익을 남긴 PB들과 지점에 높은 점수를 줄 예정이다.

소위 캠페인이나 판촉 행사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일정 기간을 정해 집중적으로 특정 상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통해 영업 실적을 단기간 끌어올렸다.

이 행장은 "고객들을 만족시키려면 직원들이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급별로 자격고시를 부활해 합격선을 넘지 못하면 승진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체 직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직원들에게도 희망을 주기 위해 이번 인사 때부터 본부 여성 부서장도 임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현재 은행장 직속으로 `은행발전 태스크포스'를 꾸려 이런 방안을 만들고 있으며 하반기 영업전략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 행장은 지난 1분기에 1천675억 원의 순익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행장은 "순이자마진(NIM)은 바닥을 쳐 증가 추세에 있고 비자부문도 개선될 것 같다"며 "대기업 구조조정도 상반기에 마무리된 만큼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비씨카드 지분을 인수한 보고펀드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우리은행의 비씨카드 지분(27.65%) 인수를 검토 중인 것과 관련, "지분을 단기간 내 매각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우리카드도 분사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은행 안에 카드사가 있을 때 조달비용도 낮아지고 시너지 효과도 크기 때문에 은행 내에서 카드 사업을 하는 현 상태가 바람직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행장은 양도성 예금증서(CD) 위주의 대출금리 체계 변경 논의에 대해 "시장이 결국 요구하는 쪽으로 금리체계가 흘러갈 수밖에 없겠지만, 단기간 금리를 바꾸면 고객들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당장 금리체계를 변경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