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린 세계은행(WB) 부총재는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ㆍ한국무역협회 초청 강연에서 "전 세계적으로 조율된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할 수 있도록 `세계경제회복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린 부총재는 "고소득 국가들이 출연한 기금을 만들어 재정 여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병목해소' 재정정책에 사용하도록 빌려주면 고소득 국가에는 좋은 투자처가 마련되는 셈이고, 개도국은 인프라를 개선해 세계적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병목해소 재정정책은 개도국에 부족한 교통이나 통신 시설을 확충함으로써 경제의 활로를 뚫는 데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린 부총재는 이를 `무조건 공공사업을 벌이고 보는' 전통적인 케인즈식 재정정책과 비교되는 개념이라고 언급했다.

전통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려 했던 일본은 국가 부채만 쌓인 반면 병목해소 재정정책을 편 중국은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성장 결과물로 국가 부채를 갚아 재정 건전성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경제 위기를 벗어나려면 병목해소 재정정책이 필요한데 대다수 개도국은 재정적 여유와 외환보유고가 부족해 재정정책을 집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적극적인 공적개발원조(ODA)와 함께 이 같은 기금의 활용을 주문했다.

린 부총재는 한편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한국의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한국의 재정정책은 녹색 경제에 집중 투자하는 선진국형 병목해소 정책으로,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