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승용차 시장에 '준중형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기존 SM3를 7년 만에 완전히 바꾼 뉴SM3를 다음 달 출시하는 르노삼성이 벌써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에 기아자동차 등 다른 업체들도 모델 다양화 등을 통해 수성에 나서고 있다.

그런 만큼 소비자의 선택폭은 크게 넓어지고 있다. 준중형차 크기와 사양이 중형차급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가운데 쿠페형,하이브리드 등 신모델도 쏟아지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준중형차는 내달 초부터 판매하는 뉴 SM3다. 지난 15일부터 사전 계약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인 22일까지 4000여대가 팔렸을 정도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장 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 사장은 "신차 뉴SM3를 통해 궁극적으로 준중형차 시장 1위에 도전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르노 · 닛산얼라이언스의 최신 엔진인 H4M 엔진,닛산의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 등을 장착,ℓ당 15.0㎞의 1등급 연비를 실현했다. 가장 큰 특징은 동급 최대의 크기다. 차량 내부 공간의 크기를 결정짓는 휠베이스는 2700㎜로 중형차인 쏘나타(2730㎜)와 맞먹는다. 덕분에 뒷좌석 무릎 공간도 중형차급처럼 넉넉하다.

고급 사양도 많이 적용됐다. 운전자가 손잡이를 잡으면 문이 저절로 열리는 매직핸들,운전석과 동승석 온도를 독립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좌우독립형 풀오토 에어컨,전동식으로 운전석 시트를 조절하는 6방향 파워시트 등은 동급에서는 처음 도입한 사양들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뉴SM3가 다음 달 본격 출시되면 월 4500대 정도는 무난히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존 SM3도 당분간 단종하지 않을 계획인 만큼 두 모델을 합쳐 5000대 정도를 팔아 단숨에 준중형차 2위권에 진입하고 향후 1위 도약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자동차도 신모델 출시를 통해 준중형 시장 공략을 강화 중이다. 이달에만 2종의 준중형 신차를 내놨다. 지난 8일엔 2010년형 포르테를 출시했다. 기존 1.6ℓ 가솔린과 디젤모델에 2.0ℓ 가솔린 모델을 추가했다.

차량 내부에 고휘도 실버 메탈 도장,크롬 도금 등을 통해 스포티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준중형급 최초로 주차 보조장치인 후방 디스플레이 룸미러를 달았다. 세타Ⅱ 2.0 엔진을 탑재한 가솔린 2.0 모델은 최고출력 156마력,최대토크 19.8㎏ · m의 성능을 낸다.

11일에는 쿠페형 세단인 포르테 쿱도 내놨다. 포르테 쿱은 포르테와 플랫폼(기본 뼈대)은 동일하지만,역동적이고 날렵한 디자인의 외관과 편의사양은 완전히 다르다. 개성이 뚜렷한 20~30대 소비자를 주요 타깃으로 한 차다. 포르테보다 높이는 60㎜ 낮고 길이는 50㎜ 짧다. 차체자세제어장치(VDC)와 운전석 · 조수석 에어백 등을 기본 장착,안전성을 높였다. 상체를 감싸주는 스포츠 버킷 시트도 적용했다. 1.6ℓ 및 2.0ℓ 두 모델이 있는데,감마 1.6 모델은 최고출력 124마력,세타Ⅱ 2.0 모델은 최고출력 158마력이다.

현대자동차는 아반떼의 2010년형 모델을 내달 중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아반떼는 작년은 물론 올 5월까지 준중형차급에서 한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간판 모델로 통한다. 회사 관계자는 "2010년형 아반떼는 외장과 배기량,연비 등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내 · 외부 디지인과 편의사양을 고급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반떼는 1.6ℓ 가솔린 및 디젤 모델이 있고,연비는 ℓ당 15.2㎞(가솔린 모델 기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내달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카도 준중형급 모델을 기반으로 선보인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와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가 그것이다. 두 차량은 모두 최고출력 114마력의 LPI 엔진과 20마력급 15㎾ 모터를 장착한다. 경쟁 수입차인 혼다자동차의 시빅 하이브리드(엔진 최고출력 92마력,20마력급 15㎾ 모터 장착)보다 동력 성능이 우수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연비는 17.8㎞/ℓ인데,이를 가솔린으로 환산하면 36.2㎞/ℓ에 해당한다.

GM대우자동차는 작년 11월 첫선을 보인 라세티 프리미어의 신모델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올 2월에는 2.0ℓ 디젤 모델을 추가했고,4월부터는 디자인을 한층 고급화한 최고급형 모델 '블루 앤 블랙'도 판매하고 있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GM의 글로벌 준중형차답게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버튼식 시동 스마트키,앞유리 습기 자동 제어,속도감응식 오디오 음량 조절 등 첨단 사양을 갖추고 있다. 준중형 모델로는 최초로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고,차체의 60% 이상에 고장력 강판을 사용,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SM3 이전에는 국내 준중형차 중 차체가 가장 컸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