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트한자, 미들랜드 인수… 항공업계 M&A 가속
글로벌 경제위기로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항공업계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항공 수요 감소와 유가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요 항공사 간 대형 인수 · 합병(M&A)이 이어지는 추세다. 각국의 자존심이라는 대표 항공사들이 정부가 지원하는 긴급자금으로 연명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유럽 2위 항공사인 독일 루프트한자는 경영난에 처한 영국 브리티시미들랜드항공(BMI)과 벨기에 브뤼셀항공을 다음 달까지 인수하기로 했다고 22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루프트한자는 이번 M&A로 글로벌 항공 플레이어로 시장지배력을 높일 뿐 아니라 유럽 주요 공항 중 하나인 런던 히드로공항 운항권의 15%가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루프트한자는 BMI와 브뤼셀항공 외에도 지난 1월 미국 저가항공사 제트블루의 지분 19%를 사들였으며 오스트리아항공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2003년 프랑스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 KLM이 합병,거대 에어프랑스-KLM그룹이 탄생하면서 규모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델타항공이 라이벌 노스웨스트항공을 사들이기도 했다. 영국 브리티시항공(BA)도 호주 최대 항공사인 콴타스항공 및 스페인 이베리아항공과 합병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항공업계의 M&A 물결은 아시아 중형 항공사로 확산된 상태다. 싱가포르항공이 동방항공 등 중국과 인도 항공사에 눈독을 들이는 가운데 동방항공은 상하이항공을 합병키로 결정했다. 파산보호 절차를 밟고 있는 중국의 민영항공사인 동성항공은 상하이위제실업 등에 지분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기사회생을 모색하고 있다고 중국 매일경제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앤드루 웨스트 CMC마케츠 매니저는 "지난해 30여개 항공사가 파산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합병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항공운송협회(IATA)는 국제 항공업계가 2008~2009년 총 20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다.

M&A 경쟁에 나설 여력이 안 되는 항공사들은 급한 대로 정부 지원에 의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 정부는 경영위기에 처한 자국의 간판 항공사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일본항공(JAL)은 국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부터 1000억엔을 지원받을 계획이다. 동방항공은 정부로부터 20억위안(약 3700억원)을 지원받았다. 앞서 중국 정부는 동방항공뿐 아니라 역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남방항공에도 30억위안을 투입한 바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