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지폐가 처음으로 시중에 풀린 23일 은행 본점 앞은 36년 만에 새로 나온 고액권을 교환하기 위한 시민들로 영업시작 전부터 북적였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영업부의 경우 이날 오전 9시쯤 이미 20여명의 고객들이 5만원권 교환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 1973년 1만원권이 나온지 36년만에 나온 고액권이라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거나 기념품으로 선물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의도에 직장을 둔 회사원 김철용(46)씨는 5만원권 4장을 교환한 뒤 신기한 듯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김씨는 "어렸을 때 어렴풋이 아버지에게서 새 돈이 나왔다며 1만원권을 받아본 적이 있다"며 "아내와 자녀들에게 기념으로 한 장씩 선물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 때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은행원들도 5만원권 교환고객을 맞기 위해 점심도 거른 채 분주한 모습이었다.

상인이나 택시 기사들은 근심스런 목소리가 많았다. 개인택시를 모는 이민영(57)씨는 "개시 손님부터 기본요금 거리를 가면서 5만원권을 내밀면 정말 난감할 것 같다"며 "당장 내일부터 거스름돈을 넉넉하게 챙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음식점 상인들 역시 "여러 명이 식사를 하고 5만원권을 내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한 두명이 4000~5000원짜리 식사를 하고 5만원권을 내밀면 당황스러울 것"이라며 "거스름돈을 바꾸러 은행에 갈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에게 5만원권 고액을 받으면 철저히 살필 것을 주문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