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세적 팽창정책에서 좀더 톤다운해야"

사이먼 존슨 미국 MIT 슬론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금융 위기를 유발한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있어 세계 경제 위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존슨 교수는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세계은행 개발경제회의(ABCDE) 기조연설과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 경제위기가 끝났는지에 대해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라고 한다면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금융시장에 자신감이 회복되면서 어느 정도 안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위기는 끝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 상황을 유발한 여건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악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인플레냐, 디플레냐 논쟁이 있지만 대부분 디플레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저는 다른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것보다 좀 더 빨리 인플레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내년까지는 인플레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대해 "동결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제는 금리 동결보다 신용팽창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할 상황"이라며 "적극적으로 팽창정책을 취하면 향후 발을 빼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지금은 공세적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좀 더 톤 다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 미국의 금융 부문에 대한 방임을 꼽으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이들 금융기관에 막대한 자금만 투입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존슨 교수는 "미국과 유럽 금융기관의 실패로 지난 6개월간 경제의 어려움이 가속화됐다"면서 "미국 정부가 미국 금융기관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전반적인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2000년 이후 미국에서는 금융 부문에서 하고 싶은 데로 내버려 두는 게 좋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결국 금융위기로 연결됐고 이제 쉽게 고치기도 어렵게 됐다"면서 "미국 주요 은행들은 이번 위기에서 국가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끌어내서 국가 부채를 늘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위기 이후 신흥공업국의 역할에 대해 "현재 신흥공업국으로의 파워시프트(힘의 이동)가 이뤄지고 있고 한국이 G20(주요 20개국)의 의장국이 된 것도 긍정적"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도 신흥시장 출신이면 괜찮을 것이고,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는 한국도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슈아 아이젠만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감독기관의 독립성 및 투명성 제고, 정보 공개 및 건전성 규제에 관한 글로벌 기준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스타인 클라센 이사는 금융기관의 위험노출 평가와 이를 근거로 한 종전의 금융감독체계에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오바니 자날다 듀크대 교수는 세계 경제의 안정은 미국의 구조개혁 진행 양상과 신흥개도국의 경제 운용 능력 수준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심재훈 기자 jbryoo@yna.co.kr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