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이 23일부터 본격 유통되지만 일부 은행 지점에는 5만원권 인출이 가능한 자동화기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고객 불편이 예상된다.

5만원권을 공급하는 한국은행은 23일 오전 9시부터 은행 창구뿐 아니라 현금입출금기(ATM)를 통해 국민들이 5만원권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5만원권을 찾을 수 있는 ATM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ATM 준비 덜돼 고객 불편

국민은행은 전국 1100여개 지점 가운데 5만원권 신권을 찾을 수 있는 ATM이 250곳에만 설치돼 있을 뿐이다. 나머지 800군데 이상에서는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가야만 5만원권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도 800여개 지점 가운데 350개에만 5만원권 ATM을 설치했고 신한은행 역시 900여개 지점 중 48곳에만 ATM을 준비해 둔 상태다. 다만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는 2300개 ATM을 전국 대부분 우체국에 비치했다.

은행들은 5만원권 수요가 23일에 집중되더라도 현금 부족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거래금액 등을 감안해 한은에 충분한 자금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은은 번호가 빠른 5만원권 1만9900장(AA0000101A~AA0020000A번)에 대해 조폐공사가 다음 달 중 인터넷경매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7년 1월 새 1만원권에 대한 경매를 실시했을 때 최고 낙찰가는 4000만원이었다.


◆5만원 마케팅

5만원권 발행에 맞춘 금융상품도 등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오는 30일까지 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하는 고객이 5만원권을 낼 경우 일련번호에 '5'가 들어 있으면 휴가철 대여금고 무료 이용,수수료 면제,금리우대 등의 우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유통업계에선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거스름돈 준비에 따른 불편이나 5000원과의 혼동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백인수 롯데백화점 유통산업연구소장은 "고액 휴대가 용이해져 소비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현금 액수가 증가하고 이는 구매로 연결돼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아울렛 등 유통업체들은 5만원권 한 장으로 살 수 있는 균일가 상품전이나 신권교환 서비스 등 '5만원권 특수'를 잡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6일 하루 동안 전국 25개 점포에서 핸드백 샌들 원피스 시계 등을 40~80% 할인해 5만원에 판매하는 '5만원 복상품전'을 진행한다. 4만9000원 기획 상품 판매나 3만원대 상품을 '1+1'로 묶어 5만원에 파는 행사도 준비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26일부터 점포별로 청바지 화장품 운동화 등을 5만원 균일가에 파는 행사를 연다. 뉴코아아울렛,2001아울렛,마리오아울렛 등 아울렛 매장들도 6만9000~7만9000원에 팔던 신사 · 숙녀복을 4만9000원에 맞추는 균일가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23일)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26~28일),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24일) 등은 '5만원권 유통 촉진'을 위해 이벤트와 연계한 신권 교환 서비스를 진행한다.

그러나 신림동 우림시장에서 채소장사를 하는 박철우씨는 "상인들은 보통 아침에 거스름돈으로 5000원권이나 1000원권으로 5만~10만원 정도를 갖고 나온다"며 "채소 몇 천원어치 사면서 5만원권을 내면 거슬러주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태형/김인식/강동균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