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허경영이 4년여 만에 빛을 발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회사들과 잇따라 특허 상호 사용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삼성전자 사업의 중요한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일본 도시바는 22일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전제품에 대한 특허를 상호 자유롭게 사용하기로 계약했다. 두 회사는 계약기간과 조건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는 특허사용계약이 보통 5~7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에도 장기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바와의 계약은 수요가 급증하는 낸드플래시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삼성전자는 보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42.1%로 1위이며 도시바가 29.3%로 2위이기 때문에 향후 특허문제로 사업에 발목 잡히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관련 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미국 샌디스크와도 상호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성과는 삼성전자 특허경영의 성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2000년대 초까지 각종 사업에서 특허분쟁에 시달려온 삼성전자는 이후 특허관리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05년 기술총괄을 담당했던 이윤우 부회장은 "정보 자원 등은 돈들여 언제든 사올 수 있지만 '기업문화'는 사올 수 없다"며 "삼성전자는 미래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인 '특허'를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허경영을 선언했다. 이때 나온 말이 '특허없이 미래없다'였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006년 미국에서 1년에 2453건의 특허를 등록해 2위로 올라섰고 올해 1월 발표된 2008년 순위도 3515건으로 IBM에 이어 2위를 유지했다. 또 2005년 250여명이었던 변리사 변호사를 포함한 특허 전담인력도 550여명으로 늘려 철저한 특허관리에 나서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도시바 샌디스크 소니 등과 특허사용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도 그만큼 삼성전자의 특허역량이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