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 금융위기 극복의 필수요건으로 꼽는 소비가 살짝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부진한 항목들이 많이 있지만 전월대비로는 의식주 등 소비 주요 부문의 지수가 3개월째 플러스 행진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가면 정부의 과감한 재정집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민간 분야의 자생적인 회복이 따라주지 않을 경우 경기 회복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의식주 전반 회복 모습
4월 서비스업 생산지수를 보면 식료품 소매업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15.8%나 증가했다.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경기가 안 좋아지면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사먹는 사례가 많아 그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일반음식점업 역시 4월에 5.7%로 비교적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일반음식점업은 올 들어 4개월째 내리 상승세다.

일반인의 의류소비 경향을 보여주는 가정용 직물 및 의복소매업지수도 전년동월대비 6.4%가 상승, 일반음식점업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여줬다.

금융위기 때 안 사입던 옷도 이제 점차 구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놀고 즐기는 부분에서는 지수가 다소 엇갈리게 나와 눈에 띄게 회복됐다는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카지노 등의 업종을 포함하는 갬블링 및 베팅업의 경우 4월에 전년동월대비 14.8%나 증가했고 휴양콘도운영업은 7.8% 상승했다.

하지만 경주장 운영업은 -4.0%, 유원지 및 테마파크 운영업은 -2.0%를 기록하면서 아직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화 및 비디오상영업의 경우 전년동월대비 7.9%가 증가해 3월의 -17.6%와 비교하면 큰 폭 플러스로 전환됐으나 실물경기가 크게 위축됐던 올해 1월에도 전년동월대비 32.1%나 상승했다는 면에서 소비회복 지표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비교적 싼 값에 즐길 수 있는 영화관이 붐빈다는 것은 소비가 아직 살아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파트 거래의 경우 5월에 전국에서 4만3천704건이 거래돼 작년 5월(4만4천365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건수를 기록했지만 부동산 경기를 선도하는 서울 강남3구의 경우 전월의 2천200건보다 대폭 감소한 1천464건에 불과해 집에 대한 소비추세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 내구재는 아직 부진.."좀 더 봐야"
이처럼 소비가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지만 아직 '완연'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소비재 판매액을 봐도 전년 동월 대비 의류 판매액은 지난 1월부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락.취미.경기용품도 2월부터 플러스로 전환돼 증가 폭을 키워가고 있는 반면 내구재 쪽에서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구재 가운데 경기에 민감한 품목으로 꼽히는 가구의 판매액은 이미 작년 3월부터 감소세에 접어든 뒤 4월(-18.8%)에도 두자릿수 감소율을 보인 채 마이너스의 늪에 빠져 있다.

경기가 살아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다.

비교적 큰 지출을 요구하는 컴퓨터 및 통신기기 판매액도 작년 7월부터 10개월째 감소세다.

자동차도 지난달 활황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정부가 10년 이상 된 자동차 보유자에 대해 신차구입시 세금혜택을 주는 등 재정을 동원해 소비를 진작시킨 것이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시장도 아직 수도권의 일부 지역에서 온기가 느껴질 정도일 뿐이다.

지난달 거래건수가 작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4만3천704건이었지만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수도권 거래물량이어서 지방 부동산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상반기의 경우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등으로 시중에 돈을 많이 풀어 소비를 일정부분 부양한 면이 있지만 하반기에는 이 같은 재정 여력이 없어 회복세를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민간 소비가 회복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며 "소비자기대지수가 지난 3월부터 호전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지켜보면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는 한 회복세가 분명해질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정준영 기자 satw@yna.co.kr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