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대비 '반토막' 수두룩
주택ㆍ해외 줄고, 공공공사 늘어


올 상반기 건설업계의 수주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실적 대비 수주 실적이 30% 이상 떨어지고, '반토막'에 못미친 회사도 적지 않다.

경기침체로 미분양이 쌓이며 신규 주택시장이 크게 위축됐고, '오일 머니' 등에 힘입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해외 플랜트 공사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으며 수주 물량이 급감한 때문이다.

반면 건설사들이 올 상반기 도로, 철도 등 공공공사 수주에 '올인(다걸기)'하면서 이 부문의 수주 실적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대형 건설사의 수주 실적이 대체로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건설은 21일 현재 총 6조7천790억원을 수주해 수주 실적 1위에 올랐지만 지난해 상반기 수주 물량인 9조7천865억원에 비해서는 30% 감소했다.

올들어 재개발, 재건축 수주를 강화하고, 공공공사(1조5천382억원)를 따내는데 주력하면서 국내 공사는 4조4천77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조3천192억원)대비 늘었지만 해외공사는 지난해 5조4천673억원에서 올해 2조3천억원으로 급감했다.

수주 2위인 대우건설은 4조494억원을 수주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수주 물량(6조2천734억원) 보다는 35% 줄어들었다.

대우건설의 경우 올 상반기 해외수주가 지난해 1조6천484억원에서 8천804억원으로 줄어 부진했으나 공공공사에서만 대형 건설사중 가장 많은 1조7천957억원어치를 따내며 해외 공사의 부진을 만회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경제위기로 해외에서 추진하던 대형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취소, 연기된 반면 공공공사 수주에 집중해 좋을 결과를 얻고 있다"며 "신울진 원전 등 추가 공사도 따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를 제외하고는 시공능력평가 5위의 대림산업(3조2천925억원)과 9위의 SK건설(3조3천800억원)이 3조원 이상 수주하며 선전했다.

대림산업의 경우 전년도(3천3148억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SK건설은 23% 줄어든 것이다.

SK건설은 올해 아부다비 가스압축 플랜트 공사(1조1천억원), 경인운하 6공구(971억원) 등을, 대림산업은 북아현 1-3구역(3천240억원), 울산-포항 복선전철 제2공구 노반신설(1천303억원), 호남고속철도 3-2공구(1천218억원) 등을 각각 수주했다.

이에 비해 5대 건설사에 속하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은 상반기 보수적인 영업전략을 고수한 탓에 수주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삼성물산은 6월 현재 수주액이 1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7천992억원) 대비 절반에도 못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수주 물량도 6천200억원으로 타사에 비해 저조하다.

GS건설 역시 2조3천453억원을 따내는데 그쳐 지난해 상반기(7조5천142억원)와 비교해 반토막에도 못미쳤다.

특히 해외 수주 물량이 2천239억원으로 지난해 수주물량(3조9천738억원)의 6%에도 못미쳤다.

GS건설 관계자는 "회사의 역량을 미분양 판매와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면서 국내외에서 공격적인 수주는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도 5월말 현재 수주액이 1조3천억원에 그치며 지난해(4조6천310억원)보다 72% 감소했다.

현대산업개발과 금호건설은 전년 대비 각각 16%, 41% 감소하며 1조2천억원과 1조4천억원대 수주고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일감인 수주 물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일각에서는 건설업 침체가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택부문의 수주가 재개발, 재건축에 치중되고 자체 사업은 사실상 포기하면서 주택공급 물량 감소에 따른 집값 불안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올해 국내외 경기침체와 미분양 해소 등을 이유로 건설사들이 공사대금 회수가 쉽거나 분양이 보장되는 공공공사와 재개발, 재건축에만 올인하고 있다"며 "2-3년후 경제여건이 달라졌을 때를 대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잘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