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발칵 뒤집혔다.

청와대가 21일 신임 국세청장에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53)을 내정했기 때문이다. “정말 뜻밖의 결과”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세청은 전날까지만 해도 허병익 차장이나 김병기 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중 한 사람이 차기 청장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국세청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백 위원장이 발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혹’ 차원을 넘어 ‘황당’하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김병기 전 실장이 급부상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백 위원장 이름은 전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며 “당혹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을 지난 5개월간 이끌면서 “대과가 없었다”는 평가를 들어오던 허 차장과 그 주변은 더욱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자 국세청 안팎에서는 백 위원장의 발탁이 국세청 쇄신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쇄신’이라는 여론의 강력한 주문에 쫓기다시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인사를 비롯해 모든 부문에서 '태풍'이 불 가능성이 짙다는 얘기다.

사실 국세청의 쇄신에 대한 목소리는 한상률 전 청장이 ‘그림 로비’ 추문으로 사임한 것을 비롯해 이주성,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모두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를 떠나면서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정이다.

청와대는 백 청장 발탁 배경에 대해 “공정위원장 재임시 전문성과 헌실적 노력으로 공정거래 업무를 선진화시켰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면서 “국세행정의 변화와 쇄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거 국세청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에서 자유롭고 조직 내부의 논리보다는 개혁과변화의 명분을 내세워 국세청의 쇄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을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5개월간 청장 직무대행 체제를 거치면서 조직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변화에 주안점을 둔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백 위원장은 충남 보령 출신이어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강희락 경찰청장이 이른바 `TK‘(대구.경북)인 점을 고려하면 지역색에서도 자유롭다.

그러나 국세청 내부에는 그동안 국세행정의 전문성을 고려해 내부 인사의 승진 기용을 기대했던 만큼 백 위원장의 조직 이해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또 국세청 행정경험이 전혀 없는 학자 출신의 공정거래위원장이 끈끈한 조직문화로 얽혀 있는 국세청을 장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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