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려면 맛이 없어야 한다?'

'맛없는 제품'들이 소비자에게 각광받고 있다. 웰빙 바람과 '어려운 때일수록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다 노출의 계절에 몸매 관리에도 신경쓰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매일유업이 이달 초 출시한 떠먹는 요구르트 '바이오거트 퓨어'는 건강을 컨셉트로 색소,안정제,향료 등을 넣지 않았다. 때문에 단맛이 강한 경쟁제품들과 달리 유산균의 시큼한 맛 외에 다른 맛이 없다. 매일유업은 당초 연말까지 하루 평균 5만개를 판매 목표로 잡았지만 이 제품은 출시 일주일 만에 하루 8만5000개를 넘어섰다.

박경배 매일유업 홍보팀장은 "10~20대 여성들이 달다는 것은 곧 살찌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점을 노렸다"며 "김연아를 모델로 한 광고를 내보내기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어 연말까지 하루 10만개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 중에서도 일반 우유와 같은 고소한 맛이 없는 저지방 · 무지방 우유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마트에선 지난해부터 본격 출시된 '서울 저지방 우유''매일 ESL 저지방&칼슘''파스퇴르 저지방 우유''서울MBP 무지방' 등의 최근 한 달간(5월10일~6월10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문병문 이마트 가공식품 바이어는 "전체 우유 매출에서 저지방 · 무지방 우유의 비중이 12% 수준"이라며 "미국에선 스킴밀크(무지방 우유)가 전체의 60%를 차지할 만큼 보편화된 점에 비춰볼 때 국내에서도 비중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시장에서도 크림,설탕이 안 들어간 쓴 맛의 블랙커피가 인기다. 지난해 남양유업의 '원두커피에 관한 4가지 진실-스위트블랙',동서식품의 '스타벅스 더블샷 아메리카노'에 이어 올 들어 동원의 '아라비카 오리지널',매일유업의 '카페라테 슈거리스',맥심의 'T.O.P 더 블랙',웅진식품의 '할리스 커피온바바 아메리카노' 등이 쏟아져 나왔다. 이 가운데 지난 4월27일 출시된 할리스 커피온바바는 50일 만에 28억원의 매출을 올려 당초 출시 후 2개월간 매출 목표(25억원)를 넘어섰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