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국내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우선 시기적으로 경제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북한관련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기업 활동의 어려움이 급증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컸다. 이로써 한미 동맹과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협력관계 강화를 위한 '한미동맹 공동비전'을 통해 양국 관계를 진일보시키는 동시에 우리 업계의 대내외 불안요소를 불식시키는 중요한 계기를 구축했다.

국내에서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최근'북핵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아져 우리 수출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재확인하고 양국이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폐기를 위해 협력키로 한 것은 기업이 해결할 수 없는 리스크를 정부가 관리해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무역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성과는 한 · 미 FTA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 · 미 FTA의 필요성에 대해 양국 정상이 공감했고 조기 발효에 대한 의지도 어느 정도 나타났다. 그러나 앞으로 발효 일정이 구체화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 하겠다.

최근 몇 가지 경제지표는 경기침체를 벗어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나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길은 아직 멀고 험난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기업과 국민,특히 정치권이 힘을 합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당면한 몇 가지 시급한 과제를 보면 우선 '북핵 리스크'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이다. 한-미 양국이 공동 대응에 합의한 만큼 이제는 일 · 중 · 러 주변 3국과의 공조에 나서야 한다. 또 연일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억류직원의 조속한 석방을 위한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둘째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다.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유가는 이미 배럴당 70달러,구리가격은 톤당 5000달러 대를 회복했다. 무역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의 비용증가를 초래하고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민관의 보다 긴밀한 대응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법과 원칙에 입각한 노사관계 정립이다. 한국의 노사갈등은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졌고,외국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주요인으로 지목돼왔다. 대화와 타협노력과는 별도로 법과 원칙에 기초한 노사관계가 필요하다.

넷째 경제관련 입법의 조속한 통과다. 현재 벤처기업육성법,산업입지개발법,조세특례제한법,비정규직법 등 기업활동에 시급한 법안이 산적해 있으나,여 · 야간의 대치 정국은 통과시기뿐만 아니라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이 경영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우리의 경쟁력 약화로 연결될 것은 뻔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과제인 한 · 미 FTA 비준안 처리 및 관련 국내법 개정이다. 한 · 미 FTA의 경제적 중요성은 재론이 불필요하며 외교안보적으로도 의미가 크다. 지금 국회에는 비준동의안뿐 아니라 FTA의 원활한 이행과 피해산업 지원을 위한 법률이 상정돼 있다. 국회는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하고,최대한 빠른 시기에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많은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모든 해법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일거에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하지만 두 정상이 G20 정상회의,UN기후변화정상회의,APEC 등을 통해 하반기에만 서너 차례 더 만날 예정인 만큼 집중적이고도 심도있는 논의가 양국 우호관계 증진은 물론 한-미 FTA의 조기 발효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