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맞아 해임 대상에 오른 공기업 기관장들은 언론 접촉을 애써 피했다. 일부 기관장은 충격을 받은 듯했고 평가 결과의 객관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기관장도 적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강한섭 위원장이 작년 초 취임하면서 노조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특히 노조가 인사에 관여하는 단체협약을 바꾸려고 무척 애를 썼으나 노조가 워낙 강하게 반발해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작년 말 인사 때부터 구조조정을 하나씩 해가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작년 8월 공모를 통해 취임한 정효성 산재의료원 이사장은 "할 말이 없다. 미안하다. 통보받고 머릿속이 텅비는 거 같았다"며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고 좀 생각해보고 나서 거취를 정해야겠다"고 말했다. 박명희 소비자원장은 "지난해 기관 평가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며 "어쨌든 정부 평가가 그렇다면 학교로 돌아가 예전처럼 학생들을 가르치고 봉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동흔 한국청소년수련원 이사장은 "최선을 다했는데 뭐라 할 말이 없다"면서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평가기준이 생각한 것과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한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와 경영계약을 맺을 당시 의욕적으로 계획을 밝혔던 기관장의 경우 아무래도 달성률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며 "구체적인 평가항목과 결과를 공개해 검증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고' 조치를 받은 토지공사 주택공사 등 대형 공기업들은 대체로 결과에 수긍한다는 입장이다. 주택공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미분양 주택 증가 등 사업성 저하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평가가 낮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성공적인 주공 · 토공 통합을 통해 공기업 선진화에 일조하는 회사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문권/정종태/고경봉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