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에 납입했던 이행보증금 3150억원을 돌려 달라며 법적 대응에 본격 착수했다.

한화 계열사인 한화석유화학은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서울법원조정센터)에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대우조선 지분인수와 관련된 이행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조정 신청을 냈다. 법률 대리인으로는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임했다.

한화석유화학과 한화건설,㈜한화 등으로 구성된 한화컨소시엄은 작년 10월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11월 이행보증금을 납부했다.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로 대우조선 주가 등이 하락하자 한화 측은 산은과 맺은 인수 양해각서(MOU)의 매매대금 지급조건 변경 등을 요구했으나 산업은행은 이를 거부,지난 1월 '양해각서 해제 및 이행보증금 몰취 통보' 결정을 내렸다. 한화는 예상치 못한 경제위기를 맞은 데다 산은 측이 세부실사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던 만큼 보증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되돌려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가 이행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산은 등을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다 조정신청으로 한발 물러선 것은 소송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조정신청은 정식 소송과 달리 항소 상고 등 상소 제도가 없어 문제 해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한화 측은 그동안의 조정신청 사례에 비춰볼 때 6개월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정신청을 하면 법률 대리인인 김앤장에 지급하는 비용도 감소하게 된다. 김앤장은 타임차지(시간 단위로 자문료를 청구하는 방식)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조정신청으로 시간과 비용은 줄일 수 있어도 한화 측이 감수해야 할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조정신청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원칙적으로 당사자,즉 산은이 거부할 수 있다. 법원이 이행보증금 일부 또는 전부를 한화에 반환하라는 조정결과를 내놓아도 산은은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한화 관계자는 "구속력이 없다고 해도 법원의 조정인 만큼 산은도 쉽게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산은이 조정결과 이행을 거부할 경우 추가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선/이정호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