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은행 동참..사기계좌 수만개 추정

금융당국과 은행이 소액 입출금이 빈번한 계좌 등 전화금융사기에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18일 국내 은행들과 함께 전화금융사기 의심계좌를 일제 점검하고 있다며 점검대상 계좌의 거래내역을 확인하고 사기혐의 계좌로 드러나면 지급정지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

신한.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경남.산업.농협.수협 등 11개 은행이 15일부터 이틀간 전화금융사기 의심계좌 55개를 점검해 20개 사기계좌를 적발했다.

이들 계좌에 사기 피해자가 입금한 금액은 9천800만 원이었고 이미 사기범이 2천만 원을 빼간 상태였다.

금감원 이정하 서민금융지원실장은 "A은행 계좌를 이용하던 사기범이 국외에서 지급정지계좌의 예금주를 사칭하고 지급정지조치에 대해 유선으로 항의했는데 은행직원이 국외에서 지급정지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전화를 바로 끊어버린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전화금융사기 의심계좌 일제 단속은 무기한으로 진행되며 우리.SC제일.외환.씨티.국민.기업 등 나머지 6개 은행 역시 늦어도 다음 주부터 의심계좌 단속에 동참할 예정이다.

주로 중국, 대만 등지에 근거를 둔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국내 조직책으로 하여금 노숙자나 학생 등을 유인해 은행 계좌를 개설토록 하고 이 통장을 전화금융사기에 이용하고 있다.

금감원 윤창의 사이버금융감시반장은 "한 사람당 보통 8개 정도의 은행 계좌를 개설하게 하고 통장 1개당 20만 원 정도를 사례비로 준다"며 "타인에게 예금통장을 불법 양도하면 본인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런 방식으로 개설돼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되는 이른바 '대포통장'이 수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화금융사기 혐의로 지급정지된 계좌의 예금주 명의로 다른 은행에 개설된 계좌에 대해서도 비대면 인출거래를 제한할 방침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고강도 조처를 하고 있는 이유는 올해 들어 전화금융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전화금융사기 건수는 2천908건, 사기금액은 273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78%, 70% 급증했다.

전화금융사기로 인한 피해액 하루 3억 원에 달하는 셈이다.

사기범들은 경찰, 검찰, 우체국, 전화국, 금감원, 국세청 등 공공기관 직원으로 속이는 경우가 많다.

윤 반장은 "종전에는 환급금 지급 등 금전적인 이득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장했으나 최근에는 개인정보 유출에 다른 계좌보호조치 등 손실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사기범들이 주로 자동현금지급기(CD/ATM)로 피해자를 유인해 자금을 송금받는 점을 고려해 최근 1년간 자동이체 실적이 없는 은행계좌의 이체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조치도 취했다.

1회 이체한도를 600만 원에서 70만 원, 1일 이체한도도 3천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각각 줄이기로 했다.

다만 고객의 불편해소를 위해 본인이 이체한도 증액을 요청하는 경우 종전 한도까지 이체를 허용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