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사퇴하자 현대차 임단협을 대신 맡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금속노조는 중앙교섭이 아닌 개별기업 지부의 임단협을 맡은 전례가 없어 7월 총파업 동력을 얻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18일 금속노조와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현대차 노조에 "지금까지 진행된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 짓는 게 시급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금속노조가 그동안 진행해온 현대차의 임단협을 맡아 진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차 노조는 2006년 산별노조로 전환했기 때문에 현대차 지부의 교섭권과 체결권은 법적으로 정갑득 금속노조위원장이 갖는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중앙교섭이 아닌 개별기업 지부의 임단협을 맡은 전례는 없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조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가 현대차 지부의 정서와 요구사항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노조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보다 금속노조의 투쟁 방침에 따라 임단협을 이끌고 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와 금속노조 게시판에는 "금속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상황에서 현대차의 교섭을 맡겠다는 것은 결국 교섭을 결렬시키고 이를 총파업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내용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이제는 금속노조가 (현대차의) 교섭까지 독단으로 하겠다는 얘기냐"며 "이 기회에 금속노조를 탈퇴해야 된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

금속노조는 당초 현대차 기아차 GM대우의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나머지 금속노조 소속 조합을 모아 7월 초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현대차 윤해모 지부장의 사퇴로 현대차 임단협이 중단되면서 현대차가 7월 총파업에 불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만약 금속노조가 현대차 지부의 교섭을 맡아 결렬시키면 현대차가 7월 총파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다시 생기게 된다.

현대차 지부의 지역지부 전환 등으로 금속노조에 대한 현대차 노조원들의 반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현대차 노조원들의 정서를 거스르고 무작정 파업으로 이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현대차 임단협의 조속한 체결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제안하는 것"이라며 "현대차 노조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지부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금속노조 주장안을 포함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임단협을 대신 치르는 방안 △임단협을 중단하고 조기선거를 통해 차기 집행부를 뽑는 방안 등을 다뤘다. 회의에서는 계파별로 "금속노조에 임단협을 맡겨야 한다"거나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등 격론이 벌어졌다. 현대차 노조는 향후 활동 방향을 24일께 임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결론짓는다는 방침이지만 계파별 의견차가 커 자칫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금속노조는 1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기로 했다. △국민기본생활 보장 △모든 해고 금지 및 총고용 보장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 △기업 잉여금의 사회 환원 및 투기자본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으며,이행되지 않을 경우 7월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울산=하인식/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