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과거 미국 투자은행들의 텃밭이었던 뉴욕 월가가 스위스와 독일,일본,영국 등 외국 경쟁 은행들에 잠식당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들 외국의 투자은행들은 은행인수나 채권인수,인수합병 등 전통적으로 미국계 은행들이 장악해 온 사업분야를 잠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차 일본이 미국 자동차사들을 고사시켰던 상황이 금융계에도 재연될 수 있는가'라는 등의 '불편한'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주요 외국은행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미국은행들과 경쟁을 벌여왔으나 10년전만 해도 세계 10대 채무인수 은행들 가운데 비(非)미국계 은행은 크레디스위스 한 곳 뿐이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4개 비미국계 은행이 10대 은행의 자리를 메우고 있다.

또 인수합병 분야에서도 바클레이 캐피털과 도이체방크,크레디스위스,UBS등이 10대 리스트에 올라있다.

10년전에는 드레스드너 클라인보르트만이 유일한 비미국계 은행이었다.

외국은행들은 미 은행들에 몰아닥친 금융위기를 최대한 이용해 세력을 불리고 있다.

특히 월가의 거목이었던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가 몰락하면서 외국은행들이 기회를 잡게됐다.

미국은행들이 스트레스테스트 등 당국의 엄격한 규제에 시달리는 동안 외국은행들은 일관성있는 규제 등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 속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먼브라더스의 핵심 사업 부문을 싼값에 인수한 바클레이 캐피털은 9개월만에 자본시장 분야에서 메이저 회사로 성장했으며 세계 채무인수 분야에서 2위, 미국내 채무인수 분야에서 4위로 올라섰다.

미국내 시장 점유율 약 10%로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를 앞섰다.

또 인수합병 분야에서도 올들어 미국내에서 900억 달러의 실적을 올려 시티그룹을 앞서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에게만 뒤져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최근 수익성 높은 헤지펀드의 중개사업을 학보했으며 인수합병 분야에서도 올들어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미국내 사업 확대를 위해 기존의 1만2천여 직원에 90명의 고위 간부사원을 추가했다.

크레디스위스도 미국내 활동을 확대하면서 중개사업을 확보했으며 투자등급 기업채무 분야에서 5개월간 200억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이밖에 일본의 노무라도 지난해 10월 이후 주로 주식 분야에서 미국내 직원 수를 135명 늘렸으며 국제사업 본부를 뉴욕으로 이전했다.

(서울=연합뉴스) yj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