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한마디로 '워 게임(war game · 전쟁놀이)'입니다. 적이 나타나면 즉시 쏴야지 상사한테 쏠까요,말까요 물어보면 되겠어요? 직원들에게 믿고 맡기는 게 그래서 필요한 것입니다. CEO(최고경영자)는 철저한 시스템을 갖춰 놓고 믿고,맡기고,기다리면 돼요. "

인도 최대 가전업체인 비디오콘의 부회장 겸 CEO인 김광로 전 LG전자 사장(63)은 17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97년 LG전자 인도법인을 설립한 후 4년 만에 인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성장시켜 LG전자의 '인도 신화'를 이룬 주역.지난해 5월 LG전자 인도법인에서 비디오콘 CEO로 영입된 그가 자신의 경영철학과 경험을 담은 책 《세계경영 크레도》(씨알평화 펴냄) 출간을 계기로 이날 잠시 귀국했다.

"저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인도에서 한국경제신문을 보고 있는데 신문에서 필요하다 싶은 것은 반드시 메모해 두죠.알면(知) 좋아하게 되고(愛) 좋아하면 전체의 흐름을 보게(看) 되거든요. 인도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실패한 것은 인도를 몰랐고,그래서 인도를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1974년 LG그룹에 입사해 30여년 동안 미국 독일 파나마 두바이 인도 등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던 그는 이 책에서 성공적 기업 경영의 비결로 세계화와 열린 마음,권한 위임,혁신,차별화한 마케팅을 든다. 그런데 이 다섯 가지 비결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연관된 요소다.

"인도에서 저는 회의 때마다 직원들에게 자기의 약점과 잘못을 모르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멍청이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자신의 잘못과 약점을 시인하면 똑똑한 사람이라고 격려합니다. 스스로 부족하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야 개선,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CEO도 마찬가지예요. 열린 마음,지는 마음이 있어야 자기 약점을 인정하고 그래야 그 부분을 구성원들에게 위임할 수 있어요. 이런 기업문화를 CEO와 구성원이 공유할 때 그 회사는 발전하게 됩니다. "

이런 경영철학으로 그는 LG전자 인도법인을 설립 10년 만에 매출액 1조5000억원대의 거대 기업으로 키웠다. 또 지난 1년 동안 비디오콘의 매출과 수금액을 두 배로 키웠고 올해도 매출 50% 신장을 목표로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400여개의 지점을 46개로 줄이고 악성 재고도 정리했다. 1만명가량의 직원 가운데 평가 결과 상위 30%에 대해서는 월급을 일류 기업 수준으로 올렸지만 하위 30%에 대해서는 퇴출도 불사했다고 한다.

"앞으로 30년 동안 인도와 중국의 시대가 될 텐데 중국이 '토끼 경제'라면 인도는 '거북이 경제'예요. 인도의 느림이 우리한테는 답답해 보여도 장점이 많으므로 이를 잘 알고 활용해야 합니다. 느림에는 생각이 깊고 꾸준하며,참을성이 있고 순종적이라는 장점이 있어요. 이런 특성을 알고 '지는 마음'으로 대해야 '이기는 경영'을 할 수 있죠."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