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3년 3월.휴대폰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은 삼성전자가 내놓은 PCS용폰 SPH-X8300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연히 있어야 할 안테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툭 튀어나온 안테나로 인해 휴대폰을 꺼낼 때 주머니에 걸리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이 같은 제품을 개발했다는 게 당시 삼성전자의 설명이었다.

이 제품을 필두로 안테나가 사라진 제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장 안테나라는 뜻의 '인테나(intenna)'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다. '인테나'는 2003년 말부터 2005년 무렵까지 디자인이 미려한 고급 휴대폰에 꼭 들어가는 사양으로 손꼽혔다.

#2. "인테나에 카메라까지 넣은 휴대폰을 이 두께로 만들라고요?" '슬림 폴더폰'이 유행하던 2006년.주요 기업 휴대폰 기술자들의 고민은 '두께'였다. 카메라와 스피커,진동모터에 두툼한 '인테나'까지 넣으려다 보니 '날씬한 디자인'이 나오지 않았던 것.

이들은 궁여지책으로 인테나를 음성을 전달하는 마이크 아래에 붙였다. 당시 히트상품이었던 삼성전자의 '울트라 에디션',LG전자의 '샤인',모토로라의 '크레이저' 등이 마이크 아래 부분이 길쭉한 엇비슷한 디자인 패턴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휴대폰 아래 부분이 툭 튀어나온 것은 디자인 때문이 아니라 인테나를 넣기 위해서였던 것.주요 휴대폰 부품 업체들은 이 무렵부터 '천덕꾸러기'인 인테나의 사이즈를 줄이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안보이게'와 '작게'를 모토로 진화해 온 휴대폰 안테나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디자인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아예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삼성전기는 17일 1㎜ 두께의 휴대폰 케이스 안에 안테나 역할을 하는 금속물질을 삽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케이스가 안테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휴대폰 안에 전파를 수신하는 기능을 갖춘 별도의 부품을 넣을 필요가 없다.

'뽑아쓰는 안테나(1세대)'와 '부품 형태의 인테나(2세대)' 시대를 거쳐 3세대 제품인 '케이스 일체형 안테나(IMA · In Mold Antenna)'의 시대가 온 것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휴대폰을 생산할 때 별도로 안테나를 배치할 공간을 마련할 필요가 없어 휴대폰을 더 얇게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전파를 수신하는 성능도 2세대 내장형 제품보다 30%가량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IMA와 관련된 10여개의 특허를 한국,미국,중국,유럽 등에 출원했으며 이달 중 대량생산을 시작한다. 홍사관 삼성전기사업팀장(상무)은 "샘플을 선보인 휴대폰 회사들로부터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금명간 주요 휴대폰 업체들이 IMA를 채용한 전략 제품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IMA가 또 다른 신기술인 '필름형 안테나'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가가 저렴하고 불량률도 낮아서다. 반면 휴대폰 겉면에 붙이는 필름 형태의 안테나는 비싼 원가와 복잡한 제조 공정으로 인해 대중화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MA 기술의 적용범위는 다양하다. 무선인터넷 기능을 내장한 노트북이나 PMP 등에도 이 기술을 쓸 수 있다. 삼성전기는 주요 전자제품 제조사들과 이 기술을 응용한 제품 개발과 관련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휴대폰 케이스에 안테나뿐 아니라 다른 기능의 부품까지 넣은 복합제품(active IMA)도 내놓을 계획"이라며 "IMA 시장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