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쌓아 놓은 단기자금이 전년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국내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단기유동성 자금 보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들의 45.7%가 '전년보다 단기 자금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확보하고 있는 단기 자금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답한 기업은 33.6%,줄었다고 응답한 기업은 20.7%였다. 이번 조사는 금융업을 제외한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한상의는 6개월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을 기준으로 기업들의 자금 보유 현황을 파악했다.

대부분 기업들은 단기 자금을 늘린 주된 이유로 '경제 불확실성 증대'(65.7%)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금융권 신용경색에 따른 중개기능 약화(19.6%) △장기금융상품 투자매력 감소(6.1%) △기업구조조정 대비(4.3%)△투자처 발굴 애로(4.3%) 등을 들었다.

응답기업의 53.9%는 '단기자금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고 답했으며 주로 △원자재 구입(40.2%) △차입금 상환(20.6%) △시설투자(15.0%) 등을 용처로 꼽았다. 경기회복을 쉽게 점칠 수 없는 데다 최근들어 원자재 값이 급변하는 기미가 보이면서 안전자금을 사전에 확보하자는 곳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 밖에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여력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어 자금을 미리 확보해 놓자는 기업들의 최근 경향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향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매출 기준 100위 안에 드는 기업들은 전체 보유자금 가운데 74.8%를 단기자금으로 보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101~200위 기업들은 64.7%를,201~300위 기업들은 61.2%에 달하는 자금을 단기성으로 확보해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자금을 보유하는 방법은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이 53.5%로 가장 많았다. 머니마켓펀드(MMF)와 6개월 미만의 정기예금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각각 13.4%와 13.2%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경제 불확실성과 신용경색 우려로 기업들이 자금을 단기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활성화 정책 등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