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70여년만에 금융시스템 개혁에 나선 가운데 헤지펀드의 귀재 조지 소로스가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관련 기관이 자산 거품 방지 책임을 지고 신용대출과 파생상품 등에 대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로스는 17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금융위기가 궁극적으로 탈(脫)규제에서 촉발된 것이지만 반대로 지나친 규제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감독기관은 이보다 더 불완전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우선 "금융 감독기관이 버블에 대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은 시장이 자산 거품을 인지할 수 없다면 정부 당국도 거품을 인지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며 자산 거품 발생에 대한 책임을 부정했지만 이는 잘못된 자세라고 소로스는 일침을 가했다.

이런 식의 안이한 태도가 오늘날 전후 최대 경기 침체를 일으킨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 소로스의 주장이다.

소로스는 "금융당국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위험이 없지 않지만 금융시장의 버블 형성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자산버블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통화량뿐 아니라 전체 신용 규모를 규제해야 한다"고 소로스는 말했다.

소로스는 또 "통화량 조절만으로는 부동산 등 자산 거품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최소 자본금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과 같은 신용대출 제한 조치를 정부 당국이 시장 상황에 맞게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택담보대출의 증권화 등과 같은 금융기법으로 시장에 새로운 구조적 위험이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이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소로스는 시장리스크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대전제인 효율적 시장가설에서는 시장이 균형을 향해 움직인다고 가정한다. 이 같은 전제 하에서는 시장 전체 위험이 개인 투자자가 갖는 위험과 동일하다.

하지만 시장은 개인과 달리 개별 리스크뿐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효율적 시장가설은 타당하지 않다고 소로스는 주장했다. 모기지 채권을 증권화하는 과정에 나타난 위험이 구조적 리스크의 대표적 사례라고 그는 지적했다.

구조적인 리스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장 리스크에 대한 개념을 바로잡고, 효율적시장가설의 전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소로스의 주장이다.

이밖에 소로스는 투자은행과 상업용 은행을 분리하는 것이 반드시 실용적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내부 방화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금융회사의 자기매매는 반드시 은행 자체적인 자본금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파생상품과 관련, 그는 옵션 거래를 제도권 시장으로 흡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발행부터 거래까지 모든 과정을 주식만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용디폴트스왑(CDS)을 시장 붕괴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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