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은행들마다 '환전 페스티벌'이니 '대축제'니 하면서 환전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은행들이 내건 선전 문구만 봐서는 어디가 유리한지,얼마를 깎아준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환전을 가장 싸게 할 수 있는 은행은 어디인지,공항에서 환전하면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알아보기 위해 은행 창구를 직접 찾아가 환전 협상을 했다.

지난 16일 서울 시내에 있는 8개 은행 지점과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해 있는 4개 은행 지점을 비슷한 시간대에 직접 방문,1000달러 환전을 시도했다. 기자 신분은 밝히지 않았다.

◆환전수수료 우대 적용

종합적으로 봤을 때 미세한 차이였지만 우리은행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1000달러 환전에 127만1530원을 달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거래관계가 있든 없든 관계없이 300달러 이하 환전시 30%를 우대하고 300~2000달러는 50%,2000~5000달러는 60%,5000달러 초과는 70%를 우대해 주고 있었다. 환전 우대는 매매기준율에 덧붙여 받는 수수료를 그만큼 깎아준다는 뜻이다.

하나은행은 우리은행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127만1540원에 1000달러를 바꿔주겠다고 했다. 국민,기업,신한은행도 거래관계가 없는 고객에게 수수료 우대를 적용해 1000달러 환전 요청에 각각 127만2730원,127만4460원,127만5040원을 요구했다.

◆외국계 은행은 비싼 편

반면 외국계 은행들은 우대 조건이 까다로웠다.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토종은행들보다 많게는 1만원 이상을 더 요구했다. 한국씨티은행은 통장을 개설하고 국제현금카드를 신규로 발급 받는 경우 당일에 한해 우대조건을 적용해주겠다고 했다. 우대를 받으면 1000달러 환전에 126만5270원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128만6220원을 내야 했다.

SC제일은행은 홈페이지에서 환전 수수료 우대쿠폰을 출력해 오면 127만5750원,환전수수료 우대기능이 있는 체크카드를 갖고 있으면 127만1250원으로 해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128만2500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외환은행은 우수고객이거나 카드고객이면 수수료를 30% 우대해 127만7000원까지 내려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128만3570원을 요구했다.

창구 직원과 협상을 잘하면 환전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기업은행의 창구 직원은 40% 우대한 127만4460원을 제시했지만 거액 환전시 적용하는 할인율을 적용해 달라고 떼를 쓰자 그렇게 해주겠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인천공항 지점은 비싸

인천공항에는 국민 신한 하나 외환 등 4개 은행이 입점해 있다. 1000달러를 환전하는데 서울 시내에서보다 많게는 3만원 이상을 더 달라고 했다.

신한 · 하나은행이 각각 130만6000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국민은행 130만4500원,외환은행 130만4000원 등의 순이었다. 은행에 따라서는 서울시내 지점과 비교할 때 3만5000원가량 차이가 났다.

공항 환율이 비싼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은행들은 하소연했다. 지점 임차료가 비싸고 부대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수수료를 많이 받지 않으면 지점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일례로 올초 철수한 우리은행 인천공항 지점은 지난해 84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점 보증금이 800억원이었고 연간 임대료는 82억원에 달했다.

김인식/유창재/유승호/이태훈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