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가정형편에서 굶주린 배를 채우려고 도둑질을 하다 붙잡힌 생계형 피의자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이 잇따르고 있다.

17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검찰이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청구한 20대 3명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이들을 일탈 청소년 생활지원 기능을 하는 청주청소년쉼터로 인계했다.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내면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이 따뜻한 관심 아래 생활하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구속영장을 발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모두 53차례에 걸쳐 식당 2곳에서 식료품을 훔치다 지난달 19일 경찰에 덜미를 잡힌 심모(23) 씨 형제도 법원에서 이 같은 점이 인정돼 구속을 면한 뒤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심씨 형제는 3년 전 어머니가 숨지자 친척집에 얹혀살았으나 눈치가 보이자 지난 3월 집을 나와 청주시내 빈집에서 살다가 이 같은 짓을 저지르게 됐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굶주려야 했던 심씨 형제는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배가 고픈데 돈이 없어서 음식을 훔치게 됐다"고 말할 정도로 생활고에 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풀려나 청소년쉼터에서 생활하는 최모(21)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씨는 지난달 23일 새벽 2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주시 상당구 분평동의 편의점 주인이 퇴근하자 37만원을 훔친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은 최씨가 절도죄 전과가 있고 마땅한 주거지도 없다는 점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고 최씨를 청소년쉼터로 인계했다.

최씨가 2006년 8월 저질렀던 절도죄도 고아원에서 나와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저지른 일이고 이번에도 생활비 때문에 도둑질을 한 것이라는 점이 감안된 것이다.

정택수 영장전담판사는 "사안이 중하지 않은데도 주거가 일정하지 않아 구속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나이 어린 피의자들에게 주거지를 마련해 주고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청주청소년쉼터 관계자는 "처음에는 상당히 불안한 상태였으나 오전에는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오후에는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무조건적인 법 집행보다는 사회의 온정을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