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500대 기업 조사

우리나라의 500대 기업 가운데 2곳 중 한 곳에선 단기유동성 자금이 작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단기유동성 자금 보유실태를 조사한 결과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늘었다'고 답한 기업이 전체의 45.7%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작년과 '비슷하다'는 응답은 33.6%였고, '줄었다'는 곳은 20.7%에 그쳤다.

단기유동성 자금이 늘어난 이유로 65.7%는 '경제 불확실성 증대'를 꼽았고, 이어 '금융권 신용경색에 따른 중개기능 약화'(19.6%), '장기금융상품 투자 매력 감소'(6.1%), '기업구조조정 대비'(4.3%), '투자처 발굴 애로'(4.3%) 순이었다.

상위 500대 기업의 단기유동성 자금이 전체 보유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0%로 조사됐고, 이 비율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높게 나타났다.

매출액 기준 1∼100위 기업의 단기유동성 자금 보유 비중이 74.8%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비율이 높은 곳은 101∼200위(64.7%), 201∼300위(61.2%), 301∼400위(60.8%), 401∼500위(58.7%) 기업 순으로 조사됐다.

단기자금 보유 형태로는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 상품이 53.5%로 가장 많았고, '머니마켓펀드'(MMF) 13.4%, '6개월 미만 정기예금' 13.2%, '요구불예금' 6.2% 순이었다.

이 자금의 사용처는 '대부분 정해져 있다'가 53.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 '원자재 구입'(40.2%), '차입금 상환'(20.6%), '시설투자'(15.0%), '생산설비 운영'(11.8%)도 주요 사용처로 꼽혔다.

향후 단기자금 규모의 유지 여부에 대해 79.3%는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고, '늘리겠다'와 '줄이겠다'는 대답은 각각 10.9%, 9.8%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시중의 단기유동성 증가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는 자금 증가가 '주가상승, 소비심리개선 등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36.5%)는 견해를 나타낸 반면 '실물경기 회복지연, 부동산 과열 등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대답도 37.1%나 됐다.

기업들은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해소를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수단으로 '적극적인 경기회복 정책 추진'(41.1%)을 꼽았다.

이밖에 `금융권 자본확충을 통한 중개기능 회복'(22.0%), '규제완화 등 투자환경 개선'(18.3%), '신속한 구조조정 마무리'(15.5%), '펀드 등 수익성 있는 장기투자상품 개발'(3.1%)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과 신용경색 우려로 기업들이 자금을 단기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활성화 정책을 유지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fait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