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이 미국 달러화 자산 매입을 기피하고 있다.

미 재무부가 15일 발표한 자금 유출입 동향에 따르면 4월 외국 자본이 보유한 미 국채는 3조2626억달러로 전달보다 26억달러 줄었다. 외국 자본의 미 국채 보유 규모는 작년 7월 이후 꾸준히 늘다가 올 들어 1,2월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으나 3월에 증가세로 돌아선 뒤 한 달 만에 다시 줄어든 것이다.

특히 외국 자본은 4월에 10년물 이상 국채를 포함한 미 장기증권을 112억달러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이는 3월 순매수(554억달러)의 5분의 1 수준이다. 미 장기증권 투자는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을 볼 수 있는 핵심 잣대로 꼽힌다. 외국 자본은 미 회사채에 대해서도 97억달러를 매도했다. 전달에 35억달러를 미 회사채에 투자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로써 외국 자본은 4월 한 달 동안 전체적으로 532억달러의 달러화 자산을 순매도했다. 전달은 250억달러 순매입했었다.

달러 자산 기피는 원자재 시장과 글로벌 증시 랠리로 위험회피 경향이 둔화됐기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또 미 재정적자 확대로 달러자산의 매력이 떨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UBS의 베네딕크 게마니어 통화전략가는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랠리가 지난 3월 시작되면서 미국 이외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브릭스의 달러 흔들기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브릭스 중 인도를 제외한 3개국은 4월에 모두 64억달러의 미 국채를 팔았다. 하지만 달러가치 하락은 2조8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브릭스의 손실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브릭스가 급격히 달러자산을 대거 매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시에서 열린 브릭스 첫 정상회담에서 달러를 대신할 기축통화 문제가 논의됐지만 브릭스 내부에서 달러가 빠른 시일 내 기축통화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BBC방송은 "달러가 브릭스에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