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느끼는 만족도의 수준을 분수로 표현하면 분자에는 소득수준,분모에는 욕망수준이 자리한다는 얘기가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만족도는 높아진다. 그러나 욕망이 클수록 만족도는 줄어든다. 소득이 많아도 만족이 되지 않는 것은 바로 분모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소득이 많이 커졌는데도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욕망이 워낙 크다 보니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에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르게 보면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더 높은 소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만족이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캐치업(catch-up)전략 즉 따라잡기 전략을 주로 추구해왔다. 캐치업 전략은 늦게 출발한 자의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뒤에서 쫓아가는 경우 앞서는 선수가 겪는 각종 시행착오를 미리 알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IQ보다는 JQ(잔머리 지수)가 좋은 나라라는 농담도 있다. JQ가 의미하는 부분은 응용력 내지는 순발력이다. 결국 우리는 밖에서 개발된 원천기술이나 제품을 잘 해석하고 이해한 후 이를 토대로 글로벌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응용해 만들어내는 캐치업 전략을 구사해 왔고 이 모형이 일정 부분 잘 작동해서 지금에까지 이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요즘 부쩍 들리는 얘기는 이제 베끼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몇몇 분야에서는 쫓아갈 모델이 별로 없고 배울 데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수출산업이 글로벌화하면서 기업들은 점점 다국적화하고 있고 내수산업은 인구가 받쳐주어야 하는데 인구는 이제 5000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서서히 캐치업 전략을 지양하면서 '캐치미(catch-me) 전략' 곧 '따라잡아봐'전략을 구사해야 할 시점이 오고 있다. 2등이 아닌 1등의 마인드를 가지고 우리 스스로 성장모형을 개발하고 우리에게 맞는 산업구조와 개발전략을 만들어야 하는 고통스런 시점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온 나라가 이러한 본질적 위기를 감지하고 국력을 모아야 하는데도 최근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무엇보다도 위기 극복에 전념하고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야 할 정부가 자꾸만 발목이 잡히고 있다.

촛불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자마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와서 힘들어졌다. 하지만 발빠른 대응으로 가장 빨리 위기극복을 한다는 칭찬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주의의 후퇴 내지는 위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온 나라가 들썩이더니 시국성명과 그로 인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집회 결사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조치나 복면금지법 등이 집회의 자유를 탄압한다는 것이다. 집회를 찬성해야 민주세력이고 이를 제한하면 반민주라는 주장을 보며 케케묵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와 이를 이용한 발목잡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어제 러시아에서 브릭스(BRICs) 네 국가가 모여 새로운 기축통화 등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다. 또한 7월 말 워싱턴에서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만 따로 모여 경제전략대화를 개최한다. 말로만 오가던 G2 회담이 공식화되는 셈이다. 바야흐로 세계경제에는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헤게모니 변화가 일어나면서 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힘을 합쳐도 성과 내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위기극복과 미래지향적 아젠다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자"는 고언도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 아닌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ㆍ경영학/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