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처리기 전문기업인 루펜리가 지난해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생활가전 전시회에 참석했을 때 아일랜드의 전자유통회사 회장이 부스를 깜짝방문했다. 우연히 전시회 팸플릿을 본 그가 음식물처리기인 루펜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장거리 비행을 마다하지 않고 부스를 찾은 것이다. 그는 즉석에서 수표를 끊어 1000대를 주문한 데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그린시티에 루펜을 공급하는 계약 체결에도 다리를 놔줬다.

루펜리가 글로벌 친환경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해외시장에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친환경 제품 컨셉트가 부각되면서 주문이 쇄도하는 상황이다.

이희자 루펜리 대표이사(55 · 사진)는 16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루펜의 수출 지역이 태국 등 동남아 일부에서 영국 프랑스 아일랜드 호주 등 13개국으로 확대됐다"며 "올해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해외 전시회 참가와 바이어 접촉 등 본격적인 해외마케팅에 착수한 지 불과 1년여 만의 성과다. 루펜리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500억여원이었고,이 중 해외매출 비중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이 대표는 "수백대 안팎의 샘플 수출에 그쳤던 해외 주문량도 최근 들어 몇 개의 컨테이너를 꽉꽉 채워 보낼 정도로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성사시킨 아일랜드 정부와의 계약 내용을 해외시장에서 호평받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앞으로 친환경 도시로 조성될 그린시티에는 정부 예산으로 루펜이 공급되며,1만여 거주가구는 루펜 사용이 의무화된다는 설명이다.

환경 관련 제품 인증에 까다로운 영국의 유통시장을 뚫는 데도 성공했다. 제품규격,기능,향후 루펜의 폐처리에 이르기까지 20여 가지 인증 절차를 통과해 이르면 내달부터 영국의 홈쇼핑 채널인 QVC에서 판매방송을 내보내는 데 최종 합의했다.

이 대표는 "유럽에서 루펜의 인기가 높은 것은 분쇄 방식이 아닌 온풍건조 방식의 음식물쓰레기 처리기가 없는 데다,한국 음식에 비해 물이 많지 않은 현지 식문화와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앞으로 수출 못지 않게 음식물처리기 선두 업체로서 국내시장을 타깃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펜리는 소비자 체험단 운영을 통해 한 달 전기료가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4000원 미만(24시간 가동)인 점을 집중 부각시는 한편 이달 초에는 기존제품 대비 처리 용량이 두 배(10ℓ)이고,에너지효율을 높인 프리미엄 제품 '루펜W(모델명 LF-W)'를 출시했다.

이 대표는 "자회사인 리빙엔을 통해 오는 10월께 세상에 없는 생활 속 아이디어 가전 제품 3개를 새로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