꿰맞추기 허드렛일에 열명중 한명 그만둬
전문가 "실효성있는 근본 대책 아쉽다"

민생대책의 하나로 저소득층 가정에 일시적이나마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시행초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1조7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6개월간 25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프로젝트지만 촉박한 일정 으로 면밀한 준비없이 서둘러 추진된 탓에 사업 취지에 맞는 일자리가 부족하고 이 때문에 중도포기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별로 사람이 먼저 배당된 뒤 여기에 일자리를 맞추다보니 지자체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사업들까지 하게 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 중도포기자 속출 =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이제 보름정도가 지났지만 벌써 참여자 열 명 중 한 명이 중도포기했다.

1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달 1일 시작된 희망근로 프로젝트 참여자 25만2천600여명 중 지난 14일 현재 중도에 그만둔 이들은 총 2만8천여명으로 전체의 11.2%에 달하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도포기자가 이처럼 많은 이유는 일자리가 참여자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백두대간 보호사업' 등 생산성 있는 사업에 희망근로 참여자를 중점 배치해 청소 위주였던 기존의 공공근로사업과는 차별화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자체가 마련한 일자리의 대부분은 쓰레기 줍기와 꽃길 조성, 환경 정비 등 기존의 공공근로와 별 차이가 없다.

월 83만원의 저임금인데다 보람을 찾기도 힘들다보니 청년 층으로서는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행안부 관계자는 "억지로 잡초뽑기같은 일에 인원을 투입하지 말고 생산적인 사업을 발굴하면 그때 인원을 집중 투입하는 등 탄력적으로 인원을 운용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참여자의 46%를 차지하는 60대 이상 고령자들에게는 하루 8시간의 야외 노동이 버티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경기도 관계자는 "나이드신 분들 중에서는 과거 취로사업을 떠올리고 대충 시간만 때우면 돈을 주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날이 더 더워지면 고령층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자체들은 추가 이탈자를 막고 고령자의 건강상태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휴식시간을 늘리는 등 노동강도를 약화시키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 "대부분 꿰맞추기 허드렛일..실효성 의문" =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이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흔들리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지난 5월 초에야 지자체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했다.

3월 12일 민생대책의 하나로 희망근로 프로젝트가 발표된지 두 달만으로, 사업 시작을 불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이었다.

각 지자체들은 부랴부랴 참여자를 모집하고 적절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경기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수 백명도 아니고 수 천, 수 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면서 "솔직히 안해도 될 일까지 다 긁어모아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연초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예산을 조기집행하라고 해서 사업을 잔뜩 벌여놓아 일자리 찾기가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명분아래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에까지 참여자들을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사업이면 적어도 사전에 시범사업을 통해 문제점은 없는지 파악해본 뒤 본격 추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너무 서둘러 추진된 측면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영세 상인들의 폐업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급적 빨리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짧은 시간에 많은 참가자를 모집하다보니 일선 시.군들이 주로 노인회관 등을 찾아다니며 사업 설명회를 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60대 이상 고령자가 전체 참가자의 46.3%에 달하고 20.30대는 11.7%에 불과했다.

일자리는 대부분 근력이 필요한 야외노동이지만 참여자는 고령층이 다수다보니 중도 포기자가 속출하는 것이다.

안양에서 희망근로를 하고 있는 한 60대는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사업을 하고 있는데 동장이 참여해달라고 부탁해 아침에 필요한 회사 일을 보고 일을 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가 치솟는 실업률을 일시적으로나마 낮추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희망근로 프로젝트를 서둘러 가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정부가 안이한 발상으로 땜질식 처방만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사회적으로 의미있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보다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