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52조원 넣어 경기 급락 막아

정부가 올해 상반기 추락하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금액으로 52조원 가량, 비율로는 반기 재정의 50% 가까운 돈을 더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올해 하반기에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재정 여력밖에 없어 앞으로 민간부문의 자생력이 살아나지 않을 경우 경기 회복세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본예산 156조1천억원, 추가경정예산 4조7천억원 등 160조8천억원을 집행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의 집행금액 109조원과 비교해 51조8천억원, 47.5%나 많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본예산 101조6천억원, 추경예산 10조4천억원으로 총 집행예정금액은 111조9천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이는 작년 하반기의 집행금액 109조원(공기업 투자 3조원 포함)과 비교해도 불과 2조9천억원 많은 수준이다.

이 같은 집행규모는 재정사업 가운데 인건비나 기본경비, 정부내부거래 등을 제외한 주요사업비를 대상으로 집계한 것으로 사업비의 경우 요즘과 같은 침체기에 많이 집행되면 위축되는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국내 경기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이를 떠받치기 위해 정부에서 과감한 재정 조기 집행계획을 세웠고 이를 철저히 점검, 이행해 상반기에 예정했던 대로 재정투입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재정 투입 덕분에 경기선행지수 10개가 모두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각종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국제기구에서도 한국 경제의 앞날을 매우 좋게 보고 있으나 이제 곧 닥칠 하반기에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재정부는 일단 하반기 집행금액이 상반기보다 많이 줄기는 하지만 작년 하반기 수준은 넘고 상반기에 재정에서 각 분야로 선지급한 돈이 하반기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경기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정 조기 집행으로 상반기에는 경기하강을 성공적으로 막았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도 경기 흐름이 좋아 다운(down)되는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제 재정 여력이 없기 때문에 민간분야의 활력이 살아나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역시 최근 호조를 보이는 경기지표들이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책에 따른 것임을 잘 알고 있어 하반기 경기 회복을 낙관하지 못하는 상태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1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4% 이상 나고 고용도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어떻게 경기가 회복됐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사람들의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