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기름야자)의 과육에서 추출한 프리미엄 웰빙 식용유로 국내 및 동남아시아 고급 식용유 시장에 본격 진출해 올리브유나 포도씨유 등과 겨뤄보겠습니다. "

자동차 정비기기 전문업체 헤스본의 오성엽 대표는 15일 기자와 만나 "오는 1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근 셀랑고 지역에서 월 300t 규모의 식용유 생산시설 준공식을 갖고 생산에 들어가 연내 30억원의 매출을 올릴 방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991년 설립된 헤스본은 자동차 정비용 리프트 및 휠얼라인먼트 등을 만들어왔다. 현재 국내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으며 세계 38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식용유 사업에 진출한 것은 주력사업인 자동차 정비기기 외에 새로운 먹을거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오 대표는 "자동차 정비기기 부문 매출 450억원을 포함해 연 평균 7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 정비기기 시장 규모가 약 800억원이 못 되는 등 시장이 작아 2005년부터 식용유 사업 참여를 검토한 것이 결실을 보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 국내 프리미엄 식용유 업계에서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고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은 헤스본이 처음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해외로부터 기름 원액을 들여와 가공해 파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헤스본은 말레이시아 현지법인 그린오션코퍼레이션을 통해 말레이시아 현지의 12개 팜 농장과 손을 잡고 원료 수급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위해 지난 3월 총 37억5000만원을 들여 말레이시아 상장기업인 그린오션코퍼레이션의 주식 2620만주(총 주식의 15.5%)를 취득,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획득했다. 그린오션코퍼레이션은 팜유 전문기업으로 연간 매출은 약 600억원 수준.

열대 식물인 기름야자에서 추출한 기름은 크게 과육에서 추출한 저가의 팜유와 씨에서 추출한 고가의 팜 커널유로 나뉜다. 둘 다 과자나 라면을 튀길 때 흔히 쓰이며 화장품이나 여러 화학제품 생산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트랜스지방 함량이 낮고 오메가-3,비타민 E 등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다만 섭씨 13도 이하에서는 결정이 생성됨에 따라 젤 상태로 굳어져 열대지방을 제외하고는 상용화가 어려웠다.

회사는 팜유를 굳지 않도록 가공한 기름인 '노블리 오일'을 주력상품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헤스본은 팜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2006년 말레이시아의 장관급위원회인 MPOB(말레이시아 팜유산업위원회)와의 제휴를 통해 섭씨 13도 이하에서도 기름이 굳지 않는 신기술을 개발,말레이시아 국내 특허를 받는 등 사전준비를 해 왔다. 오 대표는 "최근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팜유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동남아시장에서도 널리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도 오는 7월부터는 '노블리 오일'이라는 이름의 제품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 대표는 "가격은 고급 식용유인 카놀라유와 올리브유의 중간 정도가 될 것"이라며 "연간 약 27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가정용 식용유시장에서 앞으로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