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에서 식품업계와 정보기술(IT) 업계만큼 경영 스타일상 대조적인 분야도 흔치 않다. 식품업계가 '보수적,안정적' 경영의 대명사라면 IT업계는 '혁신,스피드'의 상징으로 통한다. 이런 IT업계 출신들이 최근 잇따라 대형 식품업체들의 요직을 맡으면서 업계에 '스피드 경영'과 '프로세스 혁신'의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3월 대상㈜ 창립 53년 만에 처음 외부에서 영입된 최고경영자(CEO)인 박성칠 사장(54)은 삼성전자 전무 출신이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영학과 교수를 지내기도 한 박 사장은 프로세스 혁신(PI)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삼성전자 전략기획실에 근무하면서 '신경영'의 혁신 프로그램을 수립하는 데 실무 주역을 맡았다. 당시 그의 직속 상사였던 전략기획실장(부사장)이 바로 손욱 농심 회장(64)이다. 손 회장과 박 사장은 '스피드 경영'과 '창조 경영'으로 요약되는 삼성식 경영시스템을 식품업계에 '이식'하는 혁신 전도사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다.

올 1월부터 한국야쿠르트의 마케팅본부장을 맡은 차지운 전무는 LG텔레콤 마케팅전략 담당 상무 출신이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이 회사가 IT업계에서 임원을 스카우트한 것은 차 전무가 처음이다. 그는 LG텔레콤 근무 이전 LG그룹 회장실에서 PI 업무를 맡은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외에 사내 프로세스 개선 작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서울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 일리노이대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딴 차 전무는 올해 44세로 야쿠르트 전무 중 최연소다.

CJ제일제당은 김진수 사장의 특명에 따라 식품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스피드경영 추진팀'이란 업무혁신 전담 조직을 두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팀장을 맡고 있는 이상몽 상무(48)는 삼성SDS에서 17년간 IT 기반의 시스템 구축 업무를 담당한 SI(시스템통합) 전문가다. 또 CJ제일제당의 지주회사인 CJ㈜는 지난 2월 김경원 전 삼성경제연구소 전무(50)를 전략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윤성민/최진석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