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원자재 수출국들이 통화가치 급등(환율 급락)에 울상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캐리 트레이드(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 자금 유입 등으로 자국 통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가치 급등으로 이제 막 회복의 싹이 보이고 있는 경제가 다시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질랜드달러 가치는 현재 뉴질랜드달러당 0.64달러까지 치솟았다. 2분기 들어 15%가 급등했으며 지난 3월12일 이후 3개월 만에 23.6%가 폭등한 것이다. 이는 1985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급기야 알란 볼라드 뉴질랜드 총재는 "30년 만에 최악의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뉴질랜드달러가 초강세를 보이는 것은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진정한 위험"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존 월리 뉴질랜드 제조 · 수출기업협회 회장도 "뉴질랜드달러 강세로 인해 경기회복의 싹이 올라오려다 고사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 유제품 교역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폰테라사는 최근 통화가치 폭등으로 올해 1만700개 낙농가의 수입이 8억3000만뉴질랜드달러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우유 고형분의 12개월 평균가격이 ㎏당 5.20뉴질랜드달러에서 4.55뉴질랜드달러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에서다. 자국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만큼 수출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그만큼 수입은 줄어들게 된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지만 시장은 환율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낮추거나 시장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애슐리 데이비스 UBS 외환애널리스트는 "뉴질랜드달러 초강세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간섭이 필요하다고 시장은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호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호주달러 가치는 2분기 들어 17.5% 급등하며 호주달러당 0.81달러까지 치솟았다. 2003년 2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캐나다달러 역시 같은 기간 12.5% 급등했다. 지난 주말 현재 캐나다달러 가치는 0.89달러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캐나다달러의 예상밖 강세가 경제회복 효과를 모두 없애고 있다"고 언급했다. 켄 헨리 호주 재무장관은 지난 3일 "미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경기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원자재 수출국들의 통화가치가 초강세를 보이는 주된 이유는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화되면서 미 국채나 다른 안전자산을 팔아 원자재 수출국의 고금리 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와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기준 10년만기 미 국채와 일본 국채 금리는 각각 연 3.79%와 1.515%였던 반면 같은 만기의 호주와 뉴질랜드 국채금리는 이보다 훨씬 높은 연 5.54%와 6.0%였다.

수 트린 호주 RBC캐피털의 수석 외환전략가는 "3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 일본 시장에서 호주 채권시장으로 이동한 순투자 자금은 올초 4억8000만호주달러에서 22억호주달러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캐나다달러의 경우엔 금리보다 원유 수요 증가가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통화강세가 미국의 저금리와 막대한 재정적자로 인한 미 달러화 약세와 연계돼 있어 중앙은행이 시장개입에 나서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