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과 저금리를 바탕으로 '캐리트레이드(Carry Trade)'가 재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늘고 있다. 캐리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해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일본이 장기 저금리를 고수하면서 '엔 캐리'가 중심이 됐지만 최근에는 주요 국가들이 모두 '제로' 수준으로 금리를 낮췄기에 글로벌 차원에서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영국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가 개발한 '캐리트레이드 청산지수'는 작년 10월 고점을 찍고 꾸준히 하락,현재는 2007년 7월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는 캐리트레이드의 위험이 줄었다는 의미다. BNP파리바의 'G10 캐리트레이드 인디케이터'는 지난 4월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 지표가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본격화한 캐리트레이드 청산이 마무리됐다는 뜻"이라며 "시장 참가자들도 캐리트레이드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 상당 부분 동의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 배경으로는 △위험회피 성향 완화 △환율 변동성 축소 △글로벌 초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등이 꼽힌다. 금융시장이 안정 기미를 보이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완화되고 있고 주요 통화의 환율변동 폭이 줄어든 점도 캐리트레이드에 유리하다.

캐리트레이드 자금으로는 '제로 금리'에 가까운 달러와 엔,스위스 프랑,캐나다 달러 등이 꼽힌다. 과거 엔화를 중심으로 시작된 캐리트레이드가 주요 글로벌 통화로 확산된다는 얘기다. 이들 자금은 주로 신흥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시장의 성장 전망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고 기준금리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기준금리가 각각 연 11.5%와 연 9.25%인 러시아와 브라질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시아권 통화도 거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기준금리는 연 7.5%,인도와 필리핀은 각각 연 4.75%와 연 4.5%로 높아 캐리트레이드에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기준금리가 연 2.0%로 낮은 편이어서 '캐리 자금'의 투자처로서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글로벌 유동성이 대거 신흥시장 국가로 유입된다면 신흥시장으로 분류되는우리나라도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