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성들은 실직할 경우 2년 내에 부인과 별거하거나 이혼하는 등 가정 해체의 위기에 처할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를 다니는 '맹모삼천지교'는 자녀가 어릴수록 빈번하게 이뤄지고 중 · 고등학교에 입학한 다음부터는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인구학회(회장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린 상반기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담은 논문 30여편을 발표했다.



◆실직 후 2년이 가정생활 고비

서울대 경제학부 대학원의 박용현 연구원은 '실직이 혼인 상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한국노동패널(KLIPS)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남편이 실직하면 1~2년 후 부부가 이혼하거나 별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KLIPS는 비농촌지역에 거주하는 표본 구성원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직업,소비,교육 등에 관련된 활동을 추적 조사하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가장의 실직으로 발생한 경제적 충격이 가정 해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실직 후 2년을 넘기면 이혼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직 초기의 위기를 잘 극복하면 가정 해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안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의 경우 실직을 해도 이혼이나 별거가 늘어나지 않는다"며 "이는 결혼 생활에서 기대되는 아내의 역할이 소득 창출보다는 가사와 양육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여봉 강남대 교양학부 교수는 '여성이 인지하는 결혼의 질'이라는 논문에서 여성의 결혼생활 만족도는 20대에 가장 높고 이후 점차 낮아진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20대 여성의 결혼 만족도가 높은 것은 연애시절 느꼈던 낭만과 배우자에 대한 설렘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30~40대보다 50~60대 여성의 만족도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자녀를 다 키우고 나면 생활의 질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통념을 뒤엎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만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부부의 가치관이 비슷할수록 결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맹모삼천지교는 중학교 이전에

김인식 통계청 연구기획실 통계주무관은 '인구이동 통계의 이동요인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미취학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가정일수록 이사를 자주 한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자녀 교육 문제가 인구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만 5~19세의 학령인구를 5세 단위로 나눠 최근 10년간의 평균 이동률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5~9세의 이동률이 20.1%로 가장 높았고 10~14세는 15.9%,15~19세는 14.6%였다. 김 주무관은 "자녀가 중 ·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난 다음에는 안정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모들이 가급적 이사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지역별로 보면 서울 강남구,서초구,대구 수성구 등 교육 환경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지역에 5~19세 자녀를 둔 가구의 유입이 두드러졌다"며 "교육 환경이 인구 이동의 중요한 변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