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TV'로 불리는 LED(발광다이오드) TV 세계시장에서 독주하는 삼성전자가 국내 시장에선 정작 속을 태우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와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 시장에 출시된 삼성전자 LED TV는 출시 2개월여 만에 판매량이 40만대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이달 중 5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달 말까지 10주 동안 1만5천대가 팔리는데 그치는 등 내수 판매량이 글로벌 시장의 추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당 300만~690만 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경쟁업체들의 관망하는 태도도 하나의 요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체 간 경쟁으로 시장이 커지면 수요와 생산이 늘고 제품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가 다시 시장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데, 다른 업체들의 관망세가 이어지다 보니 시장이 제대로 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말 LED TV 신제품(모델명 55LH93)을 출시하는 LG전자는 현재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 전국 백화점 51곳에서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제품은 LED 광원이 뒤에 있는 직하방식이면서도 국내 시판 LED TV 중 두께가 24.8mm로 가장 얇고, 가격도 700만 원대로 국산 LED TV 중 가장 비싸다.

LG전자는 25개 주요 백화점 매장에만 실물을 전시하고, 백화점 회원들을 대상으로 홍보우편물(DM) 을 활용한 판촉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LED 광원을 테두리에 설치(에지 방식)한 제품을 먼저 내놓은 삼성전자와 '두께-화질' 공방을 벌였던 점을 고려하면 '소리없는' 마케팅인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지지대와 벽걸이를 제외한 제품 가격만 700만원대로 고가여서 일반 매장에서는 아직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달 말 제품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TV 시장의 `빅 쓰리(3)'인 소니도 한국 시장에선 올해 1월 X4500시리즈 LED TV 2개 모델을 출시한 이후 아직 신제품 출시 계획을 세우지 않는 등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소니 제품은 색감이 풍부한 RGB LED를 사용해 55인치가 980만 원, 46인치가 590만 원이다.

반면 소니는 미국 시장에서는 4천 달러에 판매하던 ZX1 모델 40인치 LED TV 제품 가격을 최근 3천500달러로 내리고 공세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제품을 많이 들여와 판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이 일단 비싸고 회사마다 전략과 시장 전망이 다르다"며 "LCD TV를 처음 출시했을 때처럼 시장이 커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